[공연 리뷰]‘지젤’… 공들인 무대 썰렁한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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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지젤’ ★★★☆

서희(앞줄 왼쪽)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지젤’. 더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서희(앞줄 왼쪽)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지젤’. 더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지젤’ 내한공연은 지난해 초 국립발레단의 지젤 공연을 기폭제로 활기를 띠었던 국내 발레 붐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가 됐다. 19일 공연장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850석인 1층 객석도 절반을 가까스로 채웠다. 이번 8회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3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발레 공연마다 객석을 가득 채우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발레 팬들은 국내 발레 공연 사상 티켓 최고가인 40만 원(VIP 티켓 기준)을 내건 이번 공연에 싸늘했다. ‘너무 비싸다’는 심리적 장벽 앞에 아시아인으로는 사상 처음 ABT의 주역 무용수에 오른 서희의 출연도, 세계적인 발레 스타 줄리 켄트의 12년 만의 내한이란 호재도 효력이 없었다.

티켓 가격이 작품의 기대치를 너무 높인 탓인지 ABT의 지젤이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비교해 특별히 더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국립발레단이 지난해부터 공연한 지젤은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처음 안무한 원작을 파트리스 바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부예술감독이 재안무한 파리 오페라 발레단 버전이었다.

원작에 충실하면서 무대에 공을 들인 이번 공연 버전은 ‘ABT 버전’으로 불린다. 과연 무대만큼은 훌륭했다. 1막에선 멀리 뒤쪽의 고성(古城)을 배경으로 무대 양옆에 선 거대한 나무가 무대 천장까지 아치형으로 감싸 무대에 깊이감을 더했다. 2막에서도 울창한 나무들이 곳곳에 들어서 깊은 숲 속에 들어온 듯 사실적이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세 차례 지젤을 맡은 서희는 안정된 기술을 바탕으로 무난한 연기를 펼쳤다. 하지만 ‘까멜리아 레이디’에서 강수진이 보여주었던, 관객을 완전히 사로잡는 강렬한 연기력은 부족했다. 사실 ABT 무용수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1막에선 통통 튀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대조적이었다. 기술을 뽐내기보다 전체와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움을 더 중시하는 발레단의 색깔이 아닌가 싶다. 2막의 하이라이트인 군무진의 일사불란함은 오히려 국립발레단에 뒤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무용#공연 리뷰#지젤#아메리칸발레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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