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명 인문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중톈(易中天)샤먼(廈門)대 교수는 저서 ‘중국인을 말하다(閑話中國人)’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는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는 말이 있다”며 “한 개밖에 없는 하늘을 먹는 것에 비유한 데다 ‘백성은 섹스를 하늘로 여긴다’는 말이 없으니 중국인이 성욕보다 식욕을 더 중시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인에게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스개 삼아 강조한 것이다.
널리 알려졌듯이 중국 음식은 세계 최대의 인구만큼이나 무궁무진하다. 사계절이 공존하고 사막부터 원시삼림까지 다양한 자연조건을 갖춘 넓은 땅은 다양하고 풍부한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 요리가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이런 환경과 음식을 중시하는 문화가 결합한 결과일 것이다.
중국 광밍(光明)일보 출판사가 6월 펴낸 ‘혀끝의 중국(舌尖上的中國)’은 중국 음식을 다룬 책이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색다른 중국 음식도 많이 소개돼 흥미롭다.
이 책은 앞서 5월 중국중앙(CC)TV가 같은 이름으로 방영한 7부작 다큐멘터리를 기초로 하고 있다. 중국을 종횡무진하면서 13개월 동안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소개된 음식은 전국에서 판매량이 솟구쳤다. 평균 시청률도 다큐멘터리로는 수년 만의 최고인 0.5%를 기록했다. 해적판이 범람하는 중국에서 이 다큐멘터리의 정품 DVD도 발매 1주일 사이에 1만6000개가 팔렸다. 기록적인 판매량이다.
다큐멘터리가 끝나자 출판 요구가 빗발쳤다. 출판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의 대형 출판사 200여 곳이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중국 출판계에서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지만 이 책은 달랐다. 출간 전 인터넷에서 20만 권이 주문 예약됐다. 7월 초 정식 출간 이후 한 달이 안 돼 판매량이 100만 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브 잡스 전기’의 판매 열기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책에는 각 음식 주재료의 산지 및 조리 과정, 영양적 가치에다 음식에 얽힌 주민들의 애환까지 담고 있다. 봄의 송이, 여름의 죽순, 가을의 연근 등 재료에 따라, 또는 소금에 듬뿍 재어 3년을 바람에 말려 숙성시킨 돼지고기 등 조리법에 따라 나눠 소개한다. 해마다 혹한 속에 북방의 한 호수에서 두꺼운 얼음장 밑에 2km에 이르는 그물을 펴서 물고기를 잡는 등 식재료를 얻는 지난한 과정이나 길고 두꺼운 대나무에 앉아서 반동을 이용해 밀가루 반죽을 한 뒤 차지게 만드는 일 등 재미난 내용도 있다. 또 밀과 쌀, 콩 등으로 만드는 중국인들의 주식을 소개한다. 저장 음식들을 소개할 때는 우리의 김치를 ‘조선족 음식’이라며 제일 먼저 언급한 것도 눈에 띈다. 각 음식 뒤에는 문학가 등이 해당 음식과 관련해 쓴 글을 실었다.
이 책은 음식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은 맛뿐 아니라 음식에 깃든 역사, 인정, 고향과 기억이라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음식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이 조만간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현재 다양한 언어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한국어 번역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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