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공원을 짓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곳의 위대한 과거를 발굴했다.”(사이먼 라이트 영국 올림픽조달청 공공기반시설 담당 책임자)
올림픽 개최는 대규모의 개발사업을 동반한다. 올림픽 경기장 및 각종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고고학적 성과물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되고 있는 런던 올림픽도 마찬가지.
미국의 고고학회 학술지 ‘Archaeology(고고학)’ 최신호는 ‘고고학과 올림픽’이라는 기사에서 “런던 올림픽 공원 조성에 앞서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지난 6000년간 이뤄진 인간활동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국 올림픽조달청 소속 고고학자들은 올림픽 공원을 본격적으로 조성하기에 앞서 2007, 2009년 공원 용지로 선정된 런던 동부 로어리밸리 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121개의 트렌치(trench·시굴조사용 구덩이)를 조사한 결과 선사시대 사냥꾼과 농부의 활동 흔적부터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인 방어용 구조물까지 유물 총 1만 점 이상을 발견했다. 또 땅속 깊이 뚫은 수천 개의 시추공을 통해 1만2000년 전 이 지역의 지질고고학적 모습을 알 수 있게 됐다. 현재 이 유물들의 의미와 가치 등에 대한 세부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다.
조사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런던 중심가와 달리 로어리밸리는 오랫동안 낙후된 지역이었다. 곳곳에 허름한 건물과 건설폐기물, 18세기부터 쌓인 온갖 쓰레기 등이 있었고 토양은 유독물질에 오염돼 있었다. 트렌치마다 평균 15피트(약 4.6m)를 파내 수백 t의 흙을 걷어낸 후에야 발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유물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영국 고고학계는 발굴 성과에 무척 흥분하고 있다고 이 학술지는 전했다. 닉 베이트먼 런던 고고학박물관 프로젝트 관리자는 “선사시대부터 최근까지 런던 동부의 변천사를 이제야 겨우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올림픽 등 국제적인 스포츠를 개최할 때마다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송파구에 올림픽공원 조성을 준비하면서 한성 백제시대의 몽촌토성을 발굴했다. 이후 인근 풍납토성까지 재발굴하면서 두 성이 왕성(王城)이었고 이 지역이 한성백제의 중심지였음을 밝혀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승마경기장 용지인 부산 강서구 범방동에서도 신석기시대 유물 200여 점을 발굴했다. 최근엔 2014년 개최를 앞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용지에서 백제시대 무덤 수십 기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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