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에서 빌려온 만화책을 앉은키만큼 쌓아두고 읽던 소년이 배우가 되어 어엿한 ‘K-코믹스’의 전도사로 나섰다.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2012)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김인권(35)을 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해운대’ ‘마이웨이’에서 조연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그는 이현세 작가의 만화를 빠짐없이 읽었다는 만화광이다. 그는 인생 최고의 만화 캐릭터로 ‘까치’를 꼽으며 남다른 만화 사랑을 고백했다.
“초등학생 때 직접 만화를 그리기도 했어요. 같이 어울리던 친구 3명과 제가 주인공인데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작품이었죠. 저는 로봇들을 타고 다니고 일부 친구는 거지가 됐다는 조금 유치한 내용이긴 하지만요.”
만화가 연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즐겨 봤던 만화 캐릭터의 눈빛을 떠올려 ‘우수에 찬 눈동자’ 같은 대본 지문 속 표현들을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다”며 “스토리라인에서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려 갈 때도 유용하다”고 답했다. 주변에서는 코믹한 그의 캐릭터 때문에 직장인 만화 ‘용하다 용해 무대리’의 무대리나, 외모 때문에 좌절하는 주인공이 어떤 정장을 입으면 꽃미남이 된다는 일본 만화 ‘핸섬슈트’의 ‘변신 전 주인공’ 역할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웹툰도 즐겨 본다는 그는 “직접 연출한다면 사소한 소품 하나하나가 이끌어가는 에피소드가 매력적인 최규석 작가의 웹툰 ‘습지생태보고서’를 꼭 영화화하고 싶다”면서 “양담배와 국산담배가 대화를 나눈다든가 하는 디테일을 살리면 꽤 재밌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어린이 만화 ‘뽀롱뽀롱 뽀로로’를 마스터한 딸 셋을 둔 아빠로서 이번 Bicof 2012 홍보대사로 임하는 그의 각오도 남다르다. “극장에 걸린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외화들이 사랑받고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만화원작들이 영화화돼 K-코믹스가 세계를 주름잡는 계기를 만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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