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온 태국 여성 룽파 씨(38)는 고향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보는 물건이 있다. 부모님의 치아다. 부모님 사진이 없어 대신 치아를 가지고 한국에 왔다. 필리핀 출신인 로살리 씨(35)는 카드 모양의 낡은 가톨릭 기도서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삶이 힘들 때마다 의지가 된 물건이다. 특히 첫아이가 많이 아팠을 때 기도서에 아이의 사진을 끼워놓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한다.
8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다문화 특별전 ‘내 이름은 마포포 그리고 김하나’. 한국 남자와 결혼해 이곳에 사는 외국인 여성들이 내놓은 자료 538점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소소해 보이는 물건들 속에 이주 여성들의 길고도 굴곡진 사연들이 담겨 있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결혼 이야기, 그리고 좌충우돌 한국 정착기까지. 이 전시의 ‘타이틀 롤’을 맡은 객원 큐레이터 김하나(미얀마 이름 마포포·36) 씨는 “한국인들이 이주 여성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꾸몄다”고 밝혔다.
전시실엔 김 씨가 내놓은 물건도 있다. 다섯 살 때부터 쓰던 미얀마 전통 스타일의 천가방이다. 1994년 한국에 온 후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를 위로해줬다. 미얀마에서 자생하는 타나카 나무로 만든 천연 자외선 차단제는 그의 매끈한 피부를 유지해주는 비결이다. “자외선 차단은 물론이고 더위와 벌레가 무는 것도 막아주죠. 그래서 미얀마 여성들이 피부가 좋아요.”
전시 기간 중 김 씨는 관객들에게 전시 내용과 이주 여성의 삶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에 다문화라는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지만 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무료. 02-3704-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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