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즉흥곡의 명수 음계없이 노래 잘 불러… 그들에게 아리랑은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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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고종 고문 헐버트 박사 논문 공개

호머 헐버트 박사. 동아일보DB
호머 헐버트 박사. 동아일보DB
“조선인은 즉흥곡의 명수(名手)다. 곡(완성된 작품)이나 음계 없이도 노래를 잘한다.”

고종의 외교 고문으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는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1896년 ‘한국 소식’ 2월호에 아리랑을 비롯해 한국 전통 음악을 연구한 논문 ‘한국의 소리 음악’을 발표했다. 역사상 최초로 아리랑을 오선지에 채보(採譜)한 헐버트 박사는 이 논문에서 “아리랑은 한민족에게 쌀과 같은 존재로, 언제 어딜 가도 들을 수 있다. 다른 노래는 반찬에 불과하다”고 썼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는 7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백주년선교기념관에서 열린 헐버트 박사 63주기 추모식에서 이 논문의 우리말 번역본을 공개했다. 김 회장은 “헐버트 박사는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케이팝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을 100년 전에 예지했다. 우리 전통 음악에 대한 박사의 연구 업적을 국내 연구자들이 제대로 평가해 한국 음악사에 올바로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헐버트 박사는 논문 ‘한국의 소리 음악’에서 아리랑을 처음으로 오선지에 채보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제공
헐버트 박사는 논문 ‘한국의 소리 음악’에서 아리랑을 처음으로 오선지에 채보했다.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제공
이날 추모식에서는 1901년 고종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발행된 은장(銀章·은제 메달)과 1949년 헐버트 박사가 대한민국 입국 때 사용했던 여권,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조사 받던 과정에서 “헐버트 박사는 한국인으로서 하루도 잊을 수 없는 인물”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진술서 원본 등이 공개됐다. 모두 사업회가 헐버트 박사의 유족에게서 기증받은 것이다. 이날 추모식엔 김종택 한글학회장, 차경애 한국YWCA연합회장, 서유석 독도사랑회 대표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김지은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헐버트 박사#조선인#즉홍곡#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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