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차이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초기엔 구소련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 레퍼토리를 주로 다뤘지만 이제는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작품을 소화하고 있다. 중국 전통음악을 재해석한 작품들도 주요 레퍼토리에 속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중국의 클래식 파워 성장세가 거세다. 최근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은 사상 첫 해외 캠퍼스를 중국 톈진에 세운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윤디, 랑랑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중국 연주자들의 소식도 끊임없이 들려온다.
이에 비해 중국 오케스트라는 지금까지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해 왔다. 오케스트라는 국가 문화 역량의 총체로 불릴 만큼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렵기 때문. 그러나 이제는 중국의 오케스트라도 세계에 서서히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23일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내한 공연을 펼치는 ‘차이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CNSO)’는 지난 1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뤄 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 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3개국 6개 도시 순회 연주회에 이어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CAMI)와 계약하고 내년 1∼3월 미국 전역에서 30회의 연주회를 연다. 3일 베이징에서 만난 관샤 단장과 수석지휘자 리신차오(현 부산시향 수석지휘자 겸임·41)가 오케스트라 성장기를 들려줬다.
중국 내 40여 개 오케스트라 중 국립 오케스트라는 단 두 곳이다. 문화부 소속의 CNSO와 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광전총국) 소속의 차이나필이다. CNSO는 1200석 규모의 베이징콘서트홀을 전용공연장으로 사용한다. 국가에서 5층짜리 단독 건물을 비롯해 단원 급여와 퇴직금, 의료보험, 개인 냉난방비까지 지원한다.
악기는 모두 국가에서 제공한다. 리신차오는 “국가에서 악기를 주는 곳은 CNSO와 북한 악단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웃었다. 악기의 가격은 바이올린의 경우 일반 단원은 5만 달러(약 5600만 원) 수준이고 수석, 부수석은 10만∼15만 달러 이상의 악기를 쓴다. 하프, 목관, 금관도 유럽산 악기를 사용한다. 관 단장은 “2006년 한국 공연 후 언론 리뷰에서 ‘한국 교향악단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악기 수준뿐’이란 대목을 국무원 부총리가 본 뒤 당장 악기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10% 정도의 유학파 단원이 대체로 수석, 부수석을 맡고 단원 대부분은 국내파다. 매년 단원 3명씩을 선발해 미국과 유럽에 연수를 보낸다.
수석 지휘자 리신차오국립 교향악단으로서의 역할은 국가 행사 때 연주하고 각 성(省)을 돌며 연주회를 여는 것이다. 지방 공연의 경우 초청자 쪽이 90만∼100만 위안(약 1억5900만∼1억7700만 원)을 부담한다. 해마다 3, 4회의 신인 작곡가 작품 연주회를 열어 새로운 작곡가와 신작을 발굴하고 보급하는 데 힘쓴다.
연간 연주 횟수는 70회, 티켓 가격은 30∼480위안(약 5300∼약 8만4000원)이다. 공연장 3층만 10위안(약 1700원)짜리 입석 티켓을 판매한다.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은 80%에 이른다고. 무료 초대권은 없다. 단원들도 티켓을 구매해 가족과 친구를 초대한다. 후원 기업에 제공하는 티켓도 연간 10∼20장에 그친다.
2004년만 해도 관객이 단원보다 적을 정도였고 연간 연주 횟수도 20회에 불과했다. 오케스트라의 비약적인 성장에는 지휘자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악단 측은 분석한다. 수석지휘자 리신차오와 객원상임지휘자 사오언이 기초를 다졌다. 2010년엔 프랑스 지휘자 미셸 플라송을 상임 지휘자로 영입했다. 관 단장은 “플라송은 연간 10회의 연주회를 맡아 하는데, 그때마다 단원들이 발전한다. 단원들로부터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열정을 이끌어 냈고 그 결과 전체적인 수준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악단 예산도 2004년 1800만 위안(약 31억8000만 원)에서 올해 1억 위안(약 176억9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CNSO의 연주는 2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리신차오가 지휘한다. 레퍼토리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과 피아노 협주곡 ‘황하’. 2009년 미국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장하오천이 협연한다. 2만∼20만 원.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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