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간 패밀리 레스토랑. 허기진 가족 앞에 등장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안심스테이크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그런데 가족 중 누군가가 레어(rare·스테이크를 표면만 익을 정도로 살짝 구운 것)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걱정이 밀려온다. 뭔가 불안해 보이는 붉은색 즙이 뚝뚝 떨어지는 저 스테이크. 그대로 먹어도 내 가족은 안전할까. 지금이라도 직원을 불러 바싹 익혀 달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가족의 안전을 염려하게 만드는 이 붉은색 즙의 정체는 무엇일까. 핏물일까, 육즙일까. 먹어도 무방한 것일까. 코앞에 맛있는 스테이크 조각을 두고도 먹을까 말까 갈등하게 만드는 이 즙의 진실은 무엇일까.
쇠고기 등 식육의 살코기가 붉은 이유는 전적으로 피 때문만은 아니다. 식육을 붉게 보이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고기의 근육에 들어 있는 미오글로빈이라는 색소단백질이다. 물론 피도 살코기를 붉게 만드는 데 한몫한다. 도축한 소는 몸통을 거꾸로 매달아 방혈(防血·소의 몸에 남아있는 피를 빼내는 작업)을 한다. 피가 남아있으면 고기 색이 좋지 않게 되고 위생에도 좋지 않아서다.
하지만 제아무리 심장대동맥을 절개하고 방혈 작업을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피를 100%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육 조직에 퍼져 있는 수많은 모세혈관에는 여전히 피가 남아있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쇠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더 붉은 이유는 뭘까. 쇠고기가 색소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을 돼지고기보다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다.
결국 레어나 미디엄(medium·중간 정도의 굽기)으로 구운 스테이크의 붉은색 즙은 붉은색 근육 색소단백질(미오글로빈)과 고기에 남은 피가 함께 빚어낸 결과물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스테이크 조리 시 가열 과정에서 근육 조직이 파괴될 때 수분과 근육 색소단백질, 남아있던 피가 섞여 나와 스테이크 조각에서 뚝뚝 흐르는 붉은색 즙이 되는 것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점을 짚어보자. 스테이크의 붉은색 즙은 위생적으로는 어떨까.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 우리 연구소에서 당사 매장에서 판매되는 살코기를 최근 2년간 매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붉은색 즙에서 살모넬라 식중독균이나 대장균이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일반 세균은 아예 검출이 되지 않거나 검출됐을 경우에도 시료 1g당 10만 마리에 그쳤다. 관련 법령상 1g당 일반 세균이 10만 마리 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전하다는 얘기다.
스테이크를 요리할 때는 레어로 구울 때에도 최소 60도 이상 온도에서 3∼5분 가열하게 되므로 기준치 이하의 세균마저도 사라져 위생 면에서는 더더욱 걱정할 것이 없다. 레어로 구운 스테이크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육즙을 충분히 음미하며 즐겁게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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