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분 오디션 광풍의 기폭제로 평가받는 ‘슈퍼스타K’(Mnet) 시즌4가 17일 오후 11시 시작된다. 방송가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가 끝나느냐, 계속되느냐는 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오디션 프로그램의 종말?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근 2년 동안 국내 대중문화를 이끌어온 핵심 트렌드다. 2000년대 초중반에도 ‘영재 육성 프로젝트’ ‘서바이벌 스타 오디션’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인기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방영된 ‘슈퍼스타K’ 시즌2의 성공을 계기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20개 이상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이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스타 서바이벌 위대한 탄생’(MBC) 시즌1은 평균 시청률 16.45%를 기록했지만 시즌2는 14.12%에 그쳤다. 기존 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쟁으로 화제가 된 ‘나는 가수다’(MBC) 역시 13.08%(시즌1)에서 6.88%(시즌2)로 시청률이 반 토막이 났다. 포털 사이트 게시판과 블로그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싫증이 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회사원 박석우 씨(37)는 “도전자들이 울고 짜고 하는 모습이 식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뜨게 한 요인이 이제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실력보다 학연, 지연 등이 통하는 사회 현실과 달리 출연자들이 열정과 노력으로 1등을 하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환풍기 수리공 허각(슈퍼스타K2), 조선족 출신 백청강(위대한 탄생 시즌)의 우승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이 효과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주부 이소영 씨(40)는 “지나친 경쟁구도와 심사위원들의 독설이 이제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주로 평가받는 위치의 시청자들이 문자투표 등을 통해 오디션 참가자를 평가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지만 이마저 식상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 속 지원자들의 공정한 경쟁과 결실을 보면 (불공정한 사회도)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실제 현실이 달라지지 않다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 감동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슈퍼스타K4 미리 보니…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슈퍼스타K 시즌4’ 김태은 PD는 “참가자들의 휴먼스토리를 좀 더 부각해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15일 열린 ‘슈퍼스타K’ 시즌4 시사회에서 1회를 미리 본 결과 경쟁보다는 출연자의 사연에 무게를 뒀다. 서울 예선 도전자로 나온 여성보컬 A 씨는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그는 가수의 녹음에 앞서 곡의 느낌을 정확한 음정과 리듬으로 불러주는 ‘가이드 보컬’로 활동했다. 그가 가이드 보컬을 맡았던 백지영이 심사위원으로 앉아 있자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것. 종합격투기 선수인 B 씨는 선천적인 기도 협착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아들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
‘슈퍼스타K’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당분간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디션을 통해 단박에 스타가 되는 꿈을 좇는 10, 20대 지망생이 많은 데다 이를 대체할 예능 포맷도 없기 때문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은 사회적 붐이 사라져도 하나의 예능 장르로 안정화될 것”이라며 “과도한 경쟁으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기보다는 인생역전 등 성공 판타지를 계속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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