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던져야 사는 자 vs 때려야 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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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8일 03시 00분


◇최후의 일구/시마다 소지 지음·현정수 옮김/280쪽·1만2000원·블루엘리펀트

야구와 추리소설은 공통점이 많다. 투수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유인구를 던지는 것처럼 범행을 숨기려는 범인도 숱한 트릭으로 수사진의 혼란을 이끌어낸다. 독자나 관중이 양자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을 즐긴다는 점도 같다. 야구와 추리소설의 결합은 그런 면에서 어쩌면 필연적이다.

야구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종종 일본을 꺾는 쾌거를 전해주고 있지만 야구 소설에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꼽는 사람도 있겠으나 이 소설은 야구를 좋아했던 ‘베이스볼 키드’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일 뿐 야구 선수들의 치열한 세계를 파헤친 정통 야구 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국내 추리 마니아들에게 알려진 작가의 이번 소설은 추리와 야구가 같은 비율로 혼합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는 소설 전후반에 살짝 나올뿐더러 탄성을 지를 만한 명쾌한 반전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야구 선수, 정확하게는 2군 후보 선수의 인생유전을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묵직한 직구로 승부한다.

다케타니는 아버지가 빚에 몰려 자살한 뒤 홀어머니와 가난하게 살아간다. 프로야구 선수가 돼 빈곤에서 탈출하는 게 그의 유일한 희망. 컨트롤은 좋지만 구종이 단순하고 구속이 느렸던 그는 고교 졸업 후 프로야구 입단에 실패한 뒤 사회인 야구부가 있는 회사에 들어간다. 피나는 노력 끝에 ‘특별 드래프트’로 한 프로야구팀에 들어가지만 1년 계약의 2군 신세. 팀 4번 타자인 다케치는 그에게 캐치볼 선수로 남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야구 선수로서 바닥 인생인 다케타니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다케치를 대비하며 프로야구의 냉철한 세계를 보여 준다. 공 하나하나에 담긴 타자와 투수의 심리전을 생동감 있게 그려 박진감이 넘친다. 관중은 보통 스타플레이어의 적시타만을 기억한다. 하지만 작가는 천신만고 끝에 1군에 올라왔지만 적시타 한두 방을 맞고 소리 소문 없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진 ‘2류 야구 인생’들을 조명한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오락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게 야구라고 작가가 말하는 듯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 향기#문학#최후의 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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