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지난해 초 ‘아랍의 봄’으로 장기 독재정권이 물러난 국가들이다. 일부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는 나라들도 있지만 대체로 민주화 수순을 잘 밟아가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반면 시리아는 혁명이 발생한 지 17개월이 지났지만 권력을 부자세습한 아사드 정권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시민 학살과 시위대 탄압으로 사망자 수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추산 2만 명을 넘어섰다.
시리아 사태 속보가 연일 이어지는 와중이라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2006년부터 민주화 혁명을 겪기 직전인 2010년까지 시리아 주재 일본대사를 지낸 저자는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시리아 담론과 국제 정세의 분석을 시도했다.
우선 시리아와 인근 아랍국가 간의 관계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일들을 비교적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시리아 사태를 꾸준히 보도해온 아랍의 알자지라TV가 현장과 동떨어진 취재원들로부터 증언을 전달받아 현장보고 형식으로 보도했다는 사실이나, 고문 학살의 상징으로 떠올라 반정부 시위의 열기를 고조시켰던 13세 소년 함자 알카티브의 사망 원인은 시신 부검 결과 고문이 아닌 총에 맞은 것으로 판명됐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의도적으로 반정부 단체가 내세우는 사실들을 폄하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저자가 사망자 수나 실제 상황과 관련한 반정부 단체의 발표가 과장이 많다는 생각에 경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새로운 팩트를 추가했다면 훨씬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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