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만화대상 송동근 씨 “연도-사건 중심 역사만화 틀 깨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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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피터 히스토리아’로 학습만화 첫 부천만화대상

학습만화 ‘피터 히스토리아’는 주인공 페테루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류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경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인더갭 제공
학습만화 ‘피터 히스토리아’는 주인공 페테루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류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경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인더갭 제공
학습만화 ‘피터 히스토리아’로 2012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부천만화대상을 받은 송동
근 만화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학습만화 ‘피터 히스토리아’로 2012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부천만화대상을 받은 송동 근 만화가.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2012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의 부천만화대상 시상 결과는 이례적이라고 평가됐다. 송동근 만화가(42)의 학습만화 ‘피터 히스토리아’(부제: 불멸의 소년과 떠나는 역사 시간여행)가 인기 웹툰 등을 제치고 수상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학습만화가 대상을 수상한 것은 상 제정 이래 8년 만에 처음이다.

축제 개막식이 열린 15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난 송 작가는 “생각지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면서 “새로운 학습만화의 지평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피터 히스토리아’는 약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서 태어난 13세 소년 페테루가 영생을 얻어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류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겪어 나간다는 내용을 그렸다. 페테루는 지역에 따라 표트르, 베드로, 피터 등으로 이름을 바꾸며 등장한다. 주인공이 이솝과 함께 팔려 가는 그리스 노예가 되는가 하면 예수의 제자가 되는 등 역사적 인물들과 호흡한다는 점에서 “학습만화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어린이 교양월간 ‘고래가 그랬어’에 2007년 초부터 2009년 1월까지 약 2년 간 연재된 뒤 지난해 2권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송 작가는 대구 계명대 사학과를 2년 만에 중퇴하고 1993년 상경한 뒤 만화가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낮에는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밤에 만화를 배웠다. 2000년 웹진 이코믹스에서 ‘만화왕’으로 데뷔해 몽상만화 ‘지문사냥꾼’, 경제만화 ‘펠릭스는 돈을 사랑해’ 등에 참여했다.

“발생연도에 집착하고 누가 어떤 사건을 터뜨렸는가에만 주목하는 역사만화를 답습하고 싶지 않습니다.” 송 작가는 “암기식 역사 교육 영향으로 정보 나열에만 충실한 것이 기존 역사만화들의 맹점”이라며 “기존 학습만화들의 형식은 교과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조선사에 눈을 돌렸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나약한 국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조선은 찬란한 역사를 지닌 나라입니다. 그 훌륭했던 부분들이 가려지고 있는 게 안타까워요.” 그는 역사만화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지나가는 한 컷에도 당시 의복, 음식, 언어습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책을 쌓아 두고 공부 중이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부천만화대상#송동근#피터 히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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