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뭉크가 사랑했지만 정작 같은 스웨덴 국적인 노벨의 미움을 받았던 괴짜 작가. 노르웨이의 입센(1828∼1906)이나 러시아의 체호프(1860∼1904)와 함께 근대연극의 아버지로 불린 천재. 하지만 난해한 작품세계로 인해 한동안 모국에서도 외면받고 한국에서도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저주받은’ 극작가.
올해로 서거 100주기를 맞은 요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1849∼1912)를 기념하는 연극제가 열린다. 다음 달 13일 시작되는 이번 연극제에선 3편의 단막극을 포함해 12편이 공연된다. 게릴라극장, 한국공연예술센터, 국립극단, 한국연극학회가 주최가 되고 해외 극단까지 모두 7개 극단이 참여한다.
그가 남긴 60여 편의 희곡 중 대표작 ‘미스 줄리’ ‘유령소나타’ ‘꿈’ 등 8편이 무대에 오른다. ‘채권자’와 ‘죽음의 춤2’는 국내 초연작.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가 ‘죽음의 춤’을 브레히트의 서사극 수법으로 풀어낸 ‘스트린드베리와 춤을’도 공연된다.
스트린드베리가 1907년 직접 창립한 스웨덴의 스트린드베리 실험극장도 내한해 ‘미스 줄리’와 ‘스트린드베리의 세계’를 선보인다. 영어나 프랑스어 중역이 아니라 스웨덴어 직역 대본으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극제 측은 밝혔다.
희곡을 번역한 이정애 동서대 교수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크게 자연주의 계열의 작품(미스 줄리, 채권자)과 꿈처럼 표현되는 몽유록(꿈, 유령소나타, 죽음의 춤 연작)으로 나뉜다. 그동안 국내에선 주로 자연주의 계열의 ‘미스 줄리’가 가장 많이 공연됐고 몽유록 계열 작품은 공연되더라도 한두 번에 그쳤다.
그의 작품이 외면받은 가장 큰 이유는 화가 소설가 연극인 과학자 의학도 언론인 교육자 등 수많은 영역을 넘나든 박학다식함에 잇따른 망명생활과 3차례 결혼이 파경에 이르며 광기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녹아든 심오한 작품세계 때문이다. 그로부터 ‘전쟁상인’이라는 맹비판을 받은 노벨이 노벨상을 제정하면서 “스트린드베리 같은 성향의 작가는 수상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못 박는 바람에 노벨상을 못 받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스웨덴 국민이 이에 항의해 1909년 그의 60세 생일에 당시 노벨상 상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4만5000크로나의 성금을 모아서 ‘안티 노벨상’을 수여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번 연극제를 기획한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예술감독은 “스트린드베리는 세계연극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국내에서 너무 홀대받아 왔는데 이제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만5000∼5만 원. 02-763-126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