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산울림(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노랫말이다. 다음 날 자식에게 구워 먹이려 고등어를 소금에 절여 놓고 편안하게 잠이 든 어머니. 그만큼 고등어는 어머니처럼 푸근하고 친근하다.
‘아등 아등 아등 아 등 푸른 생선, 아똥 아똥 아똥 아 동그란 눈알, 그대만을 위한 DHA, 나는 고등어여라.’ 이영준이 작사하고 노라조가 노래한 ‘고등어’의 가사다.
2009년 발매된 루시드 폴의 앨범 수록곡인 ‘고등어’에서는 고등어를 의인화했다. 체형과 생태, 가격까지 담고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는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 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노랫말 뒤쪽에는 ‘가난한 그대, 나를 골라줘서 고마워요’라며 자신을 골라준 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까지 담았다.
고등어는 그만큼 서민생선이기도 하다.
서민생선이지만 효능은 귀한 몸
고등어와 함께 전갱이 꽁치 정어리는 우리나라에서 4대 ‘등 푸른 생선’이다. 이들 생선의 지방 대부분은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로 동맥경화증의 원인인 클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 준다.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흰 살 생선에 비해 질 좋은 아미노산과 헤모글로빈, 각종 비타민이 풍부해 빈혈 뇌질환 치매 등과 같은 신경계 질환을 예방해준다. 특히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에게는 학습능력 향상과 시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해서 요즘 주부들이 자주 찾는다. 국내 유명호텔마다 ‘수험생에게 좋은 요리’라며 선보이는 게 바로 고등어다.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루 오메가3 지방산 400mg을 섭취한 사람이 20mg을 섭취한 사람보다 우울증 발병률이 낮다’ ‘등 푸른 생선을 매일 한두 접시 먹는 남성은 1주일에 한 번도 먹지 않는 남성보다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57%나 낮다’는 등의 내용이다.
등 푸른 생선의 대부분은 가을에 지방함량이 가장 높다. 고등어는 1년 치 소비량 중 70% 정도가 9월 말∼12월에 잡힌다. 삼치는 늦가을에서 이른 봄까지가 제 맛이다.
꽁치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칼슘도 풍부하다. 쇠고기보다 비타민A가 3배, 칼슘이 5배가량 많다.
파-김치와 궁합 잘 맞아
하지만 신선하지 않은 생선에는 히스타민이 많아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학계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경고다. 등 푸른 생선에 많은 퓨린 성분은 통풍 증상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반드시 신선한 것을 먹어야 한다.
이들 생선에 파 양파 마늘 등을 넣고 졸이는 한국식 조리법은 오메가3 지방산이 산화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어 유익하다. 한국인은 음(陰)적인 기질의 사람이 많아 갈치 명태 등 성질이 따스한 흰 살 생선을 더 좋아하지만 등 푸른 생선을 골라 일주일에 한두 번쯤 먹도록 하자.
이현규 한양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무와 묵은지 등 김치는 고등어와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염분만 조절하면 비타민C 및 소화효소가 풍부해 생선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준다”고 소개했다.
대학시절 캠핑을 가면 꽁치통조림과 남은 김치를 몽땅 코펠에 넣고 아무 양념 없이 끓이기만 해도 누구나 그 맛에 반했다.
내륙지방에서 고등어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소금에 절였던 안동간고등어는 조상의 지혜가 배어 있다. 졸일 때 감자나 무를 바닥에 미리 깔았던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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