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유세 밀착 취재
‘불타는 혼돈’… 스트로스칸 스캔들 소재의 풍자소설
8월 마지막 주를 앞두고 프랑스 독서 시장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겨냥해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수백 종의 신간들이 각종 언론과 문학 관련 매체를 타고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는 책 2권이 있다.
첫 번째는 22일 그라세 출판사가 내놓은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Rien ne se passe comme pr´evu)’. 프랑스 5공화국(1959∼)에서 프랑수아 미테랑에 이어 올해 5월 두 번째 좌파 대통령이 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유세 현장을 밀착 취재한 글이다.
저자는 2010년 첫 장편소설이 공쿠르 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로랑 비네(40).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사회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순간부터 대선에서 승리하기까지 1년 동안 후보 캠프의 일원이 돼 직접 지켜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비네가 이 책을 쓸 수 있게 된 데는 올랑드 대통령의 동거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 여사의 힘이 컸다. 대선 캠프의 막후 실세로 불렸던 트리에르바일레르 여사는 비네의 취재 및 책 발간 제안을 수용하고 올랑드 후보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 책에 올랑드 후보와의 인터뷰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캠프의 핵심 참모진, 사회당 정치인, 올랑드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들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과 관찰을 통해 훌륭한 정치적 기록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은 유럽 재정위기, 유색인종 테러 문제 등 선거 막판에 불거진 대형 이슈들을 놓고 캠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을 제3자의 입장에서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또 올랑드의 인간적 매력과 정치적 감각, 정치적 웅변술에 매료됐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두 번째 신간은 지난해 여름 ‘천국’(유력한 대선후보)에서 ‘지옥’(성폭행 피의자)으로 떨어진 사회당 정치인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SK)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스테판 자그단스키(49)가 23일 서이(Seuil) 출판사에서 펴냈다. 제목은 ‘카오 브륄랑(Chaos br^ulant)’. 굳이 해석하자면 ‘불타는 혼돈’ 정도의 의미가 될 것 같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지난해 5월 뉴욕 소피텔 호텔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했던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기소 취하로 풀려났다.
책의 무대는 호텔이 아니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있는 정신병원이며 주인공은 이 병원에 입원해있는 천재 같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이다. 화자도 ‘말라깽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능이 매우 높은 정신분열증 환자다. 화자는 사실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분신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튜브, 트위터, TV에 24시간 눈을 고정한 채 고위층 인사의 섹스와 부도덕한 삶, 경제 위기를 이용해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자본가 집단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비판한다.
스트로스칸 사건은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이자벨 아자니가 출연하는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이 사건을 패러디한 포르노영화 ‘DXK’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권력과 섹스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남다른 사랑과 관심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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