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6>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二: 두 이 桃: 복숭아 도 殺: 죽일 살 三: 석 삼 士: 선비 사

모략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상대방을 꾀어 모두 자멸시키는 것을 말하며, 차도살인(借刀殺人)과 유사한 말이고 이도삼사(二桃三士)라고도 한다. 안자춘추(晏子春秋) ‘간하(諫下)’ 편에 나오는 말이다. 제나라 경공(景公) 곁에는 공손접(公孫接), 전개강(田開疆), 고야자(古冶子) 등 무사 세 명이 늘 따라다니며 호위를 했다. 이들은 무예가 높고 기개가 세상을 뒤덮을 만해서 경공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었다. 이들 역시 성은 달랐으나 의형제처럼 지내며 위세를 과시하면서 관원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고, 심지어 재상인 안영(晏영)에게도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안영은 이들의 작태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훗날 큰 화근이 되겠다고 판단해 경공에게 이들을 제거하도록 권하자 경공은 결국 안영에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안영은 이들에게 경공의 상을 내리겠다고 하고 궁궐로 오게 했다. 그러고는 금 쟁반에 복숭아 두 개를 놓고 이렇게 말했다. “세 분은 국가의 동량(棟梁)이요, 강철 같은 무사이십니다. 주군께서는 당신들을 위해 궁궐 뒷동산의 복숭아를 맛보게 하셨으나 잘 익은 것은 겨우 두 개뿐이라 공로에 따라 드시면 됩니다.”

안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먼저 공손접은 자신이 숲 속에서 멧돼지를 잡은 일과 맨손으로 맹호를 잡은 일을 거론하면서 복숭아 한 개를 가져가 버렸다. 전개강 역시 두 번이나 전쟁에 참여해 제나라의 위엄을 날리는 공을 세웠다고 하면서 가져가 버렸다. 그러자 고야자는 화가 치밀어 자신이야말로 주군의 마차가 황하로 휩쓸려갈 때 홀로 물속에 들어가 목숨을 구했다고 하면서 가져간 복숭아를 내놓으라고 소리치고는 보검을 뽑아 시위를 했다. 다른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즉시 칼을 뽑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선혈이 채 마르지 않은 두 사람의 시신을 본 고야자도 한탄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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