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서류철, 컴퓨터 바탕화면을 가득 채운 아이콘, 홈쇼핑에서 산 수많은 옷가지와 물건 박스, 냉동실을 꽉 채운 음식들…. 언젠가 날을 잡아 싹 정리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 그대로 둔 것들이다.
‘정리’가 자기계발서의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내 주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것에서 시작해 낭비되는 시간이나 쓸데없는 인맥까지 정리하는 기술이다. 집 안에 가득한 물건들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수납법’ 책은 예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정리법은 ‘버리기’에 초점을 둔다. 스마트 환경 시대에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 해야 할 일,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관리’하기란 이미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인 윤선현 씨가 쓴 ‘하루 15분 정리의 힘’(위즈덤하우스)은 1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도 ‘예스24’의 ‘비즈니스와 경제’ 분야 3위에 랭크돼 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더난) ‘정리정돈의 습관’(RHK) ‘정리의 달인’(영진닷컴) ‘정리의 기술’(파라북스) 등이 주로 20, 30대 직장인들을 겨냥한 책이라면, 최근에는 중년 이후 인생 리모델링을 위한 정리법과 ‘어린이를 위한 생각정리의 기술’(위즈덤하우스) 등 연령대별로 다양한 정리 관련 책이 등장하고 있다.
윤 씨는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인풋(input)되는데 불필요한 잡동사니를 계속 쌓아놓게 된다면 창의적인 아웃풋(output)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며 “정리란 단순히 청소나 수납이 아니라, 내 공간과 인생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카오카 요코의 ‘마흔 살의 정리법’(이아소)은 40대 이후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한 정리법을 소개한다. 그는 이를 ‘노후(老後)’에 대비되는 개념인 ‘노전(老前)’ 정리법으로 표현했다. 언제 죽어도 좋을 만큼 심플하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쓸데없는 인맥을 정리하고,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는 시간이 ‘노전 정리’다. 저자는 “‘이건 아직 쓸 수가 있는데…’가 아니라, 정말로 내가 쓸 것이냐 아니냐를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철학 카운슬러인 이나 슈미트는 ‘철학은 어떻게 정리정돈을 돕는가’(어크로스)를 통해 정리되지 않는 인생을 위한 철학적 조언을 내놓는다. 그는 “변화에 필요한 용기는 잡동사니 한가운데서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정리컨설턴트협회(NAPO)에 4200명이 등록돼 정리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일본에서도 2008년 협회가 설립됐다. 국내에서도 정리컨설턴트로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리 수납을 가르쳐주는 카페도 인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