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방송에 출연하신 것 잘 봤습니다. 3년여의 칩거를 끝내고 대중과 교감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비몽’ 이후 4년여 만에 내놓은 신작 ‘피에타’(9월 6일 개봉)가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도 축하합니다.
감독께서는 방송에서 주로 은둔자 이미지 개선에 힘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케이블 채널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는 “괴물 같은 이미지를 다리미로 펴고 싶어 출연했다”고 했습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는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 입문을 결심했다는 개인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자도 다양한 경로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뵐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29일 베니스영화제 출국을 앞둔 기자회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께서는 “전엔 페이퍼(신문)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아무리 많은 얘길 해도 그 언론사나 기자의 시각이 강조돼서 편집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연예 방송은 문맥을 자르진 못하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께서 인쇄 매체를 꺼린 이유는 껄끄러운 문제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자는 방송을 통해 정작 그동안의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가 감독께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칩거의 원인이었던 제자 장훈 감독과의 ‘그 사건’에 대한 현재 생각입니다.
감독께서는 2011년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상영한 ‘아리랑’을 통해 장 감독을 실명 비판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장 감독이 함께 영화 ‘풍산개’를 준비하던 중 그만두고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의형제’를 제작한 것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었습니다.
당시 영화계는 이 사건을 주목했습니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로 유망주로 떠오른 장 감독의 장래가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감독께서 꾸준히 제기했던 대기업의 영화 제작, 배급 독점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는 감독께서 대중 앞에 돌아왔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명쾌히 답해주시길 기다렸습니다.
기자는 감독께서 문제를 매듭짓기를 기다렸습니다. 준엄한 충고든, 대가다운 용서든 감독과 제자의 발목을 잡던 과거 족쇄를 벗어던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 대답은 또 다음으로 유보된 것 같습니다.
감독께서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 네 번째 진출했습니다. 2004년 ‘빈집’으로 한 차례 감독상을 받았고 이번에는 더 큰 상을 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만약 황금사자상을 탄다면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베니스, 칸, 베를린)에서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을 타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부디 좋은 성과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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