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상 거듭난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최종 후보 4인 릴레이 소개]<2>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 Array
  • 입력 2012년 9월 6일 03시 00분


역사의 속박 받는 인류,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포착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상으로 진행되는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최종 후보에는 인도 태생의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65)도 포함됐다. 심사위원회는 “루슈디의 ‘악마의 시’와 ‘한밤의 아이들’을 중점 검토했다”고 밝혔다. 1988년 출간된 ‘악마의 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그려 이슬람계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문제작이며 루슈디는 이 작품 발표 후 오랜 기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심사위원장인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의 도움을 받아 루슈디의 삶과 문학을 전한다.》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인도 태생의 영국작가 살만 루슈디. 이슬람계의 거센 반발을 몰고 온 문제작 ‘악마의 시’(1988년)에 대해 그는 “융합을 통한 변화를 추구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DB
제2회 박경리 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인도 태생의 영국작가 살만 루슈디. 이슬람계의 거센 반발을 몰고 온 문제작 ‘악마의 시’(1988년)에 대해 그는 “융합을 통한 변화를 추구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DB
살만 루슈디는 지난 60년 동안의 영국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부커상과 휘트브레드 최우수 소설상 등을 비롯해 30년간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그 힘은 무엇인가. 바로 역사의 속박을 받고 있는 인류의 불가사의한 힘과 고통, 그리고 생명력을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그린 독특한 그의 시각이다.

루슈디는 인도 대륙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기 두 달 전인 1947년 6월 뭄바이에서 태어나 뭄바이 사원(寺院)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14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워릭셔 럭비 중학교를 거쳐 케임브리지대 킹스 칼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을 하는 과정에서 그와 그의 가족은 파키스탄에 정착했지만 그의 마음은 인도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루슈디는 여전히 무국적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루슈디는 영국에 정착해 배우와 프리랜서 광고 카피라이터 등으로 일한다.

1979년 첫 소설 ‘그리머스’가 나왔으나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2년 후 출간한 두 번째 소설 ‘한밤의 아이들’은 중요한 작가의 탄생을 알릴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은 ‘거대한 낭비’를 주제로 다룬 것으로 인도 대륙만큼이나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이 역대 부커상 중에서도 최고라는 ‘부커 오브 부커스’상을 받으며 루슈디의 이름을 드높인다.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휘트브레드 최우수 소설상을 수상한 ‘악마의 시’다. 이 작품은 마술적 리얼리스트인 루슈디 자신을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태풍 한가운데 서게 만들었다. 이 소설에서 루슈디는 예언자이자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부정적으로 그리고, 그의 열두 아내를 창녀에 비유하면서 ‘꾸란(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로 언급했다. 이란의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에게 파트와(사형선고)를 받은 그는 10년 동안 영국 비밀경찰 요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은둔해 살았다. 그래서 그는 근본주의에 직면한 지식인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기도 했다.

1998년 파트와가 공식적으로 철회된 후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를 지냈고 2007년 봄부터 애틀랜타 에머리대에서 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악마의 시’를 비롯해 그의 대표작들은 대부분 국내에 출간됐다.

루슈디는 에세이 ‘성실한 믿음’에서 ‘악마의 시’를 이렇게 자평했다. “이 소설은 혼혈과 불순, 혼합 그리고 인류의 사상과 정치, 영화, 노래 등 새롭고 예측하지 못한 결합을 통한 변신(變身)을 찬양하는 것이다. 그것은 혼합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반면, 절대적인 순수에 대해 두려움을 나타낸다. 이것 조금, 저것 조금 섞어서 뒤범벅으로 만드는 것은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 책은 융합을 통한 변화, 그리고 결합과 공동 연대를 함으로써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다. 그것은 혼혈아적인 자아를 위한 송가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박경리 문학상#살만 루슈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