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췌한 얼굴로 찾아온 어머니는 수심이 가득했다.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걱정거리를 털어놓는데 큰아들 얘기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두드러지게 잘하는, 한마디로 엄친아다.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부모님의 이야기에 토를 다는 법도 없고 정해주는 교육내용을 거부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던 그 애가 요즘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판사가 꿈이라던 아이가 갑자기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단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축구였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아야 엄마가 축구하는 시간을 허락해주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엄마가 야단을 하면서 어릴 적부터 판사 된다고 공부하지 않았느냐, 지금 운동하기는 늦었다며 설득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도리어 소리까지 지르더라는 것이다. “제발, 내가 되고 싶은 것 되면 안 돼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은 자신의 진로를 확정짓는 것보다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보고,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를 자꾸 생각해보는 게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아이나 부모들은 지나치게 빨리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려 한다. 일찌감치 한 우물을 제대로 파야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저 하나 잘살면 바랄 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꿈을 개인 한 사람의 행복에 묶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가 펴낸 ‘꿈을 꼭 가져야 하나요’(한림출판사)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꿈과 관련해 고민해 보았을 질문에 동화 형식으로 답을 해준다. ‘꿈을 꼭 가져야 하는지’ ‘꿈을 바꾸어도 되는지’ ‘꼭 남들이 부러워하는 꿈을 가져야 하는지’ ‘꿈을 이루는 방법은 모두 같은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생각해보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 안에 있던 소중한 꿈의 씨앗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꿈이 자기만 행복하게 하고 자신만을 잘살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무엇이 되는 것’만을 중시하며 달려가다가 그것을 이룬 후 자기 혼자 잘산다면 그게 과연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수환 추기경이 청소년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명진출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꿈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무엇이 될까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것이 되어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자꾸 묻는다. 무엇이 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것, ‘꿈 그 너머의 꿈’을 갖는 것이 청소년기의 과제임을 깨우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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