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낡은 버스 한 대가 있다. 외부 페인트칠은 벗겨졌고 안에는 빈 깡통과 병, 그리고 잡다한 쓰레기가 한가득 들어있는 고물 버스다. 삭막한 도시의 도로변에 서 있는 버스는 흉물 그 자체지만 꼬마 소녀 스텔라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저 낡은 버스는 바닷가에서 떠밀려 온 고래처럼 슬퍼 보여요.”
이 책은 한 소녀의 순진한 동심이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가슴이 뭉클하게 그려낸다. 자칫 폐차될지 모르는 버스는 마을 사람들의 힘으로 스텔라 집 옆 마당에 옮겨진다. 소녀와 마을 사람들은 버스를 닦고 쓸고 깨끗이 청소한 뒤 내부에 소파를 들여놓고, 책과 어항도 갖다 놓는다. 동네 청년들은 버스 바깥에 멋진 그림을 그렸다. 볼품없던 버스는 어느새 마을 사람들이 모여 얘기도 나누고 음식도 나눠 먹는 동네 사랑방으로 변했다.
하지만 작가는 마냥 동화 같은 얘기만 펼치지는 않는다. 이 버스가 불법 주정차된 것을 적발한 견인회사가 폐차장으로 끌고 가 버린 것. 스텔라와 마을 사람들은 골칫거리에서 소중한 공간으로 변신한 버스를 되찾기 위해 폐차장으로 몰려간다. 결국 견인회사 대표와 스텔라는 버스를 두고 담판을 짓게 되는데….
저자는 호주 출신의 유명 그림책 작가. 2000년 영국 ‘스마티즈 북 상’, 2002년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 그리고 호주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올해의 호주 아동문학상’을 네 차례나 받았다. 이 책은 2012년 ‘올해의 호주 아동문학상’ 수상작이다.
관록이 있는 작가답게 저자는 어린이의 동심에 대한 관찰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텔라의 순수한 마음으로 변화된 버스의 이름은 ‘천국’. 이름에 걸맞게 인종과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마을 사람들이 동등하게 소통하고 즐기는 곳이다. 버려지고 방치된 버스가 여러 사람의 관심을 통해 소중한 공간으로 변모되는 과정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천국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들 곁에 있으며, 마음 먹기에 따라 그곳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글과 어울려 단순하고 간결하게 곁들인 그림들은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천국’은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풀과 새들이 함께 쉬는 공간으로도 그려져 아이들에게 자연과 공존하는 생활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우리 곁의 천국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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