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시상식 패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량 한복처럼 보이는 검은색 의상에 발뒤꿈치가 드러나게 접어 신은 낡은 신발을 신고 머리를 뒤로 동여맨 채 레드카펫에 등장한 김 감독은 턱시도 차림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명품 의상을 걸치고 온 참가자들에 비해 김 감독의 모습은 다소 초라해보였을지 모르지만, 김 감독이 입은 의상은 윗옷이 140만 원대, 바지가 60만 원대로 도합 가격이 200만 원 정도이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옷가게 '니히(NIHEE)'에서 구입한 것으로 천연 옷감에 감물을 들여 만든 갈옷이다.
김 감독은 시상식을 앞둔 2주 전쯤 이 옷가게에 들러 재킷 형태의 검은색 상의와 역시 어두운 색의 하의를 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옷가게의 사장이자 디자이너인 김모 씨는 "베니스영화제에 간다고 하시면서 아래·위 옷을 골라가셨다"고 밝혔다.
이어 "원래 여성용으로 만든 옷이라 단추가 (남자 옷과) 반대로 달려있고 소매 길이와 바지 길이도 짧은 편인데 품이 커서 남자들이 입기도 한다"며 "보통 남자들은 단추가 반대로 달려 있으면 안 입는데 예술하는 사람들은 신경 안 쓰고 입기도 한다. 그분도 바지를 입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져가셨다"고 전했다.
생감을 따서 즙을 낸 '감물'로 천연 면이나 마를 물들이는 제작 방식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그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옷가게 사장은 설명했다.
이 사장은 "감물을 들인 뒤 먹물을 한 번 더 들인 옷인데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거지같지만 잘 입으면 굉장히 품위가 있는 옷"이라며 "뉴욕이나 유럽에 가면 서양인들이 엄청나게 좋아하는 옷이다"라고 덧붙였다.
2000년대까지 해외 영화제 시상식에서 청바지에 점퍼, 야구모자 차림이었던 김 감독은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을 때부터 꽁지머리에 한복 디자인의 옷을 입기 시작한 뒤로 공식 석상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패션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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