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폭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유튜브 동영상 누적 조회수 1억 건을 훌쩍 넘긴 이 비디오는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의 패러디 동영상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다. 톰 크루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트위터에서 ‘강남스타일’을 언급할 정도로 화제다.
하지만 수없이 외치는 ‘강남스타일’과는 달리 실제 이 비디오에는 강남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비디오에 등장하는 촬영장소는 모두 10여 곳. 이 중 진짜 ‘강남’은 딱 두 군데로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와 청담동 진흥아파트 앞 횡단보도다. 말춤을 추는 싸이 뒤로 보이는 거대한 건물이 바로 아셈타워. 진흥아파트 앞에서는 말춤을 추며 길을 건너는 장면을 촬영했다. 두 장면 모두 짧게 스쳐 지나가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놓칠 정도다.
다른 장면은 모두 경기 지역이나 인천, 서울 광진구 등에서 촬영됐다. 싸이가 말과 함께 말춤을 추는 마구간 장면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로얄새들승마클럽에서 촬영됐다. 목욕탕과 사우나, 화장실 장면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스프링힐스골프연습장이 배경이다. 유재석과 노홍철이 싸이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 센트럴파크 지하주차장에서 촬영됐다. 노인들이 장기를 두는 장면과 폭발 장면을 촬영한 곳은 센트럴파크 인근 송도국제병원 용지로 배경에 인천대교가 보인다.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등장하는 지하철 장면도 인천 연수구 인천1호선 국제업무지구역에서 찍었다.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 등장하는 놀이터를 비롯해 도중에 등장하는 회전목마와 테니스장은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이 배경이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신나는 춤을 춘다는 콘셉트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장소의 대부분은 지역적 특색을 배제해 언뜻 “우리 동네 아냐?”라고 착각할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강남 아닌 곳에서 강남을 외치며 신나게 춤을 추는 뮤직비디오 내용은 가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노래의 주인공은 스스로 강남스타일이라고 주장하긴 하지만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밤이 오면 심장 터져버리는’ 다소 촌스러운 남자. 이런 남자가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라며 거들먹대는 가사는 데뷔 때부터 줄곧 ‘삼류’ ‘불량’ 이미지를 자처해온 싸이의 이미지와 결합해 더 강력한 웃음을 낳고 있다.
실제 촬영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했지만 열매는 고스란히 강남구 몫.
강남구는 현재 싸이를 강남구 홍보대사로 임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펴고 있다. 강남구는 이미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를 홍보대사로 위촉한 상태다. 또 강남의 유명 레스토랑과 쇼핑거리를 ‘강남스타일’로 홍보할 예정이다. 이미 10월 2∼7일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서 열리는 제2회 ‘강남한류페스티벌’ 중국어 홍보물에도 ‘강남스타일’이라는 문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강남스타일’ 열풍 덕분에 강남이 한국판 베벌리힐스로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되고 강남의 영문 표기(GANGNAM)까지 전 세계에 알려져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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