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는 휘발유보다 비싼 물이 판매되는 시대다. 이런 것을 보면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은 아마 몇백 년 뒤를 내다볼 줄 아는 인물이었나 보다.
동의보감 논수품(論水品)에는 ‘하늘이 사람을 내고 물로 곡식을 기르니 물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라며 ‘사람에 따라 몸이 살찌고 마른 것이라든가 수명의 길고 짧음은 마시는 물에 그 원인이 있다’라고 적고 있다.
또 잡병편(雜病篇)에는 약으로 쓰는 물 33가지를 구분해 놓을 정도다. 정화수 한천수 국화수 납설수 춘우수 등…. 그만큼 물을 중요시해 왔다.
새벽에 길은 정화수, 섣달에 눈 녹인 납설수…. 조상들은 물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물은 건강의 단초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몇몇 질환은 적당한 물을 쓰면 예방효과가 높다고 한다.
옛 사람들도 물을 건강의 근본으로 생각했다. 병이 나면 우선 정갈한 물로 몸 안 찌꺼기를 씻어내는 방법을 썼다. 그래도 병이 낫지 않으면 약을 썼다.
인체의 구성은 단백질 16%, 지방 14%, 무기질 5%이며 나머지는 물이다.
물은 혈액순환을 주도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세포의 신진대사를 돕는다. 내장과 조직의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독소를 없애며, 포도당을 만드는 데 관여한다. 변비를 해소하고 설사와 구토를 치료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은 욕망은 ‘물의 산업화’로 성장했다.
물이 돈이다. 이미 세계는 물 산업을 ‘파란 금(Blue Gold)’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최근 영국 리서치 기관인 GWI에 따르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 4828억 달러(약 460조 원). 같은 시기 반도체 시장(2800억 달러)의 두 배에 육박한다. 2025년에는 8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수돗물을 받아 마시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물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1%(약 14억2000만 달러) 수준이다. 물이 그만큼 건강에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물 적게 마시는 한국인
비싼 물을 마시고는 있지만 정작 한국인의 물 섭취량은 매우 부족하다.
최근 국내 한 생수업체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소비자 1099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물 몇 잔 드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에 물 5∼6잔(1.0L 안팎) 마신다는 응답이 30.1%로 가장 많았다. 이는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인 1.5∼2.5L(8∼13잔)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7.9%는 3, 4잔으로 더욱 적게 마셨으며 9잔 이상 권장량을 마시는 비율은 16.8%에 그쳤다. 한국인 70% 정도가 권장량을 밑도는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의 47.3%는 카페인 음료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약계에서는 “이뇨작용을 하는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더 많은 수분을 배출하게 돼 카페인 음료 3잔을 마시면 하루 물 8잔을 마셔도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암예방학회는 홈페이지 ‘영양소의 이해’편에서 ‘물은 가끔 영양소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나, 우리 몸의 혈액과 신체 각 조직을 구성하면서 영양소와 노폐물을 운반하고 체온을 유지해 주는 등 인간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일반적으로 성인에 필요한 물은 하루에 6∼8컵’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 어떻게 마셔야 할까
국내 암 관련 학회나 유사단체, 환자 자생단체 등에 따르면 물을 마시는 데도 양과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적어도 지금보다 1.5배는 더 마셔야 한다.
경남 양산 토곡산에서 암 환자의 요양 건강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연생활의 집’ 송학운 원장(61)은 건강한 물을 마시는 요령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송 원장은 “먼저 깨끗하고 순수한 물을 마셔야 한다”며 “우리 몸에 생명수로 작용할 수 있는 물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물, 즉 끓이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즉, 땅속을 흐르다가 지상으로 솟아오르는 청정지역의 샘물이 첫 번째요, 다음으로 깊은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가 두 번째라고 꼽았다. 수돗물이나 정수기를 통과한 물, 오염지역의 지하수, 시판 생수 등에 대해선 거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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