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박정희-노무현의 공통점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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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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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과 지식인/김호기 지음/288쪽·1만4000원·돌베개

올해 대선은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시대정신이 격돌하는 장이 될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구한 산업화를, 범야권의 후보는 누가 됐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다.

양 진영 모두 복지와 통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저에 깔려있는 정신은 완전히 다르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와 양식, 이념을 말한다.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같은 시대정신을 만들고 탐구하는 것이 바로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신라의 원효와 최치원, 고려시대 김부식과 일연, 고려 말 조선 초의 정몽주와 정도전, 조선 중기 이황과 이이의 삶과 사상에서 한국 지식인의 기원을 찾고자 했다. 박지원과 박제가, 정약전과 정약용, 이건창과 서재필, 최제우와 경허 등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이들은 ‘근대성(modernity)’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한 지식인으로 분류했다. 신채호와 이광수, 함석헌과 장일순, 황순원과 리영희, 박정희와 노무현은 다원화된 현대의 시대정신을 읽는 키워드로 분석했다.

박정희,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학자는 아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대정신을 대표한다고 보고 지식인에 포함시켰다. 저자는 두 사람에게서 ‘변화’라는 공통된 시대정신을 뽑아냈다. 박 전 대통령에게서는 전통적 농업사회에서 근대적 공업사회로의 변화를, 노 전 대통령에게서는 개발과 성장에서 균형 발전과 분배로의 변화를 읽어냈다.

오늘의 시대정신은 뭘까. 저자는 “21세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시대정신은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될 수 있다”며 “민주주의와 산업주의, 민족주의, 생명주의, 인간주의 등은 옛 시대정신의 종점이자 새 시대정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지난해 월간지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묶어 정리한 것이다. 시대가 요구했던 정신과 이를 대표할 만한 두 인물을 끌어낸 통찰력, 이를 읽기 쉽게 풀어낸 필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각 인물의 삶과 사상, 그리고 사회학적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시작될 지점에서 글이 끝나버리는 점은 아쉽다. 저자 역시 “나는 국문학자나 역사학자, 혹은 불교학자나 유학자가 아니기에 분석하는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면 이 인물들의 저작을 직접 읽으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인문사회#책의 향기#박정희#노무현#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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