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욕조? 두루마리 휴지?… 아니, 빌딩이잖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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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디자인 전문지, 세계 닮은꼴 건축물 6개 소개

[1] 바지를 닮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쑤저우의 ‘둥팡즈먼’ 빌딩. [2] 욕조를 닮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박물관. [3] 두루마리 휴지를 쌓아올린 듯하다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벨로 타워’. [4] 체내형 생리대를 연상시키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릴리움 타워’. 디진 제공
[1] 바지를 닮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쑤저우의 ‘둥팡즈먼’ 빌딩. [2] 욕조를 닮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박물관. [3] 두루마리 휴지를 쌓아올린 듯하다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벨로 타워’. [4] 체내형 생리대를 연상시키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릴리움 타워’. 디진 제공
중국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짓고 있는 74층짜리 빌딩 ‘둥팡즈먼(東方之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회사인 RMJM이 터보엔진을 달아놓은 듯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오마주로 설계한 작품이다. 그래서 4억4500만 파운드(약 8055억 원)짜리 이 건축 작업엔 ‘중국의 개선문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건물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중국 내에서는 “개선문이 아니라 밑위길이가 짧은 바지 같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여자 모델의 상반신에 이 건물을 바지처럼 합성해놓은 사진도 돌고 있다.

영국 디자인 전문 잡지 ‘디진’은 최근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한 ‘○○ 같은 건축물’ 여섯 가지를 소개했다. 이 중에서도 올해 말 완공되는 둥팡즈먼을 둘러싼 논란이 가장 뜨겁다. 상하이데일리는 “개선문인가 바지인가”라는 기사를 실었고 신화통신도 “바지라고 불리는 새 고층타워”라고 보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동방의 문이 아니라 동방의 바지다” “건물 사이로 지나가면 남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는 듯 수치심이 느껴질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팔리지 않을 설계가 중국에선 높은 가격에 팔린다” “중국은 언제까지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를 가진 해외 건축가들의 놀이터가 돼야 하는가”라는 등 중국의 주요 건축 프로젝트를 외국 건축가들이 차지하는 현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여섯 가지 건축물 중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빌딩도 2개 포함돼 있다. ‘벨로 타워’는 두루마리 휴지 몇 개를 쌓아올린 듯하다는 평가를, ‘더 클라우드’는 9·11테러로 무너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사고 당시 모습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 프랑스의 거장 장 누벨이 카타르 도하에 설계한 타워는 남자 성기를 연상케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공원을 설계한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폴란드 바르샤바 ‘릴리움 타워’는 체내형 생리대를 닮아 ‘바르샤바의 탐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박물관은 욕조를 닮은 설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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