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사진 전문가’ 김혁 “사진 색상 맘에 안들어 초판 3000부 버리고 새로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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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0일 03시 00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와인기행 책 펴낸 ‘와인 사진 전문가’ 김혁 씨

‘와인 전문 사진가.’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 씨(50)의 또 다른 직함이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찍은 와인 사진을 모아 ‘프랑스 와인기행 1, 2권’ ‘이탈리아 와인기행’을 냈던 그가 최근 새 책 ‘스페인 와인기행’(알덴테북스·사진)을 선보였다.

김 씨는 매년 유럽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를 50곳 이상 방문해 와인 제조업자와 인터뷰하고 포도밭, 와인 숙성 창고 등을 사진에 담는다. 발품이 만만찮게 드는 작업이다. 이번 ‘스페인 와인기행’을 출간하면서는 인쇄된 와인 사진의 색상이 맘에 들지 않아 초판 3000부를 전부 폐기하고 다시 찍어냈다.

그는 “와인에 대해서는 내가 직접 보고 듣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포도밭을 찍을 때는 테루아르(토양과 기후 등의 환경)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죠. 포도나무 사이로 보이는 토양이 돌멩이가 많은지, 진흙질인지를 클로즈업해야 합니다. 와인이 담긴 잔을 찍을 때는 와인이 글리세린처럼 흘러내리는 모양을 찍어줘야 와인이 얼마나 강하고 집중도가 높은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와인 본연의 색깔을 잡아내려면 흰색 바탕에 플래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하죠.”

20년간 와인 사진을 찍어온 김혁 씨는 “언젠가 갤러리에서 와인의 일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년간 와인 사진을 찍어온 김혁 씨는 “언젠가 갤러리에서 와인의 일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진전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프랑스 캉대에서 유학할 당시 지질학을 전공했던 그는 에어프랑스에서 12년간 기내 음식과 음료를 총괄하는 케이터링 매니저로 일하면서 와인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 매년 6주씩 주어지는 휴가 때마다 와이너리를 답사했다. 2005년부터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복합문화공간 ‘포도플라자’ 관장을 맡아 각국 와인생산자 협회나 와인수입 회사의 지원으로 매년 3주씩 와인기행을 다녀온다. 20년간 와이너리 기행에서 찍은 사진만 12만 컷이 넘는다.

“와인은 서양의 문화, 역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어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안달루시아의 셰리 와인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 배에 싣고 갔던 와인입니다. 몇 달 동안 항해할 때 통에 실린 물은 썩었지만 셰리 와인은 (잘 숙성돼) 선원들을 살려주는 생명수가 됐지요.”

와인 생산지로 눈여겨볼 만한 곳을 묻자 그는 스페인 와인을 적극 추천했다. “국내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인 외에 미국 유학파가 많아 미국 칠레 등 신대륙 와인이 인기가 있지요. 스페인 와인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밸류 와인’입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책#와인#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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