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 세계에서 마리아나 해구(海溝)는 알피니즘에서 에베레스트 산과 동격이다. 등반가가 최고봉 정복에 목을 매듯 다이버도 가장 깊이 잠수하고 싶어서다. 해구란 대양 밑바닥에 좁고 길게 도랑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곳. 수심 6000m를 넘겨야 비로소 해구라 부른다. 해구는 북태평양 서쪽에 발달했다. 마리아나 해구가 있는 곳이다. 깊이는 1만900m(위키피디아 기준). 세상에서 가장 깊다. 사이판은 이 마리아나 해구 바로 옆에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마리아나 제도의 한 섬이다.
마리아나 해구는 ‘다이빙 성지’다. 다이버라면 누구든 한 번쯤 여기서의 다이빙을 꿈꾸게 마련이다. 물론 호락호락하지 않아 모두에게 가능한 건 아니지만. 박민수(51) 이연경 씨(39) 부부도 마찬가지다. 9년 전 필리핀으로 다이빙하러 가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우연히 알게 됐고, 필리핀에서 수중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키웠다. 그런 뒤 다이빙을 즐기며 함께 지내기로 약속하고 사고무친의 이곳 티니안에 정착한 다이빙 커플이다.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이 씨 부모님의 반대였다. 그래서 결혼에 앞서 ‘도피’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찾아온 티니안. 수중엔 빌린 돈 700만 원이 전부였다. 그걸로 관광객을 상대로 다이빙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살림은 농가 헛간에 차렸고, 사무실은 500만 원 주고 산 중고차가 대신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마리아나 해구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니. 3년 후 마침내 승낙을 받고 결혼식을 올렸다. 그 즈음 빚도 갚았다.
이젠 사업도 번듯해졌다. 집도 장기임대로 마련했고 보트도 한 대 샀다. 그걸로 ‘소나(SONA)’라는 회사를 세워 다이빙은 물론이고 정글투어와 섬 투어, 선상낚시를 운영 중이다. 소나는 소나무의 줄임말이다. 내가 찾은 그날 부부는 밤에도 쉬지 않았다. 널찍한 앞마당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위해 바비큐 디너를 펼쳤다. 티니안의 고즈넉한 밤을 즐기기엔 그만이었다. 이젠 새집도 지을 계획이다.
박 씨는 25년 다이빙 경력에 단 한 번의 사고도 없는 전문 다이버다. 강사 자격증도 9개나 갖고 있다. 그리고 파디(PADI·프로다이빙강사협회)의 마스터 인스트럭터(강사)다. 준강사까지는 자신의 사인만으로 자격증이 발급된다. 그는 말한다. 자신은 원했던 모든 것을 티니안에서 이뤘다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담한 집이 있고 마리아나 해구 지척에 살고 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젠 우리에게도 티니안을 찾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 부부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그 뜨거운 열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지 연락처 소나(박민수 이연경) sona9112@hanmail.net 인터넷폰 070-8253-9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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