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효주 “짧게 나오지만 중전역 욕심에 온힘 쏟았어요”

■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한효주

영화 ‘광해’에서 중전 역으로 이병헌과 호흡을 맞춘 한효주. 그는 이번 영화에서 “이병헌의 연기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그녀의 눈빛이 애절하다. 트레이드마크인 환한 웃음이 사라졌다. 사랑이 찾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중전의 옷을 입은 한효주(25)의 모습이다. 늘 사랑스럽고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그녀가 데뷔 후 가장 슬픈 역을 맡았다.

하지만 한효주라는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게 출연 분량은 많지 않다. 대사도 적다. 이병헌(광해, 하선 역), 류승룡(허균 역)과 나란히 있는 ‘광해’의 포스터를 보고 한효주의 멋진 활약을 기대한다면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 있다.

“시나리오 때부터 분량은 많지 않았어요. 작품이 좋아 출연에 욕심을 냈죠. 비중이 적어 ‘이병헌, 류승룡 선배와 포스터에 나와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송구스럽기도 해요.”

적은 분량이지만 한효주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광해’ 속 중전은 가족을 잃고 남편의 마음까지 잃어버린 비운의 여자다. 하지만 중전이기에 모든 아픔을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한다. 한효주는 이런 중전의 심경을 대사 하나하나와 눈빛에 그대로 담아냈다.

“중전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촬영 기간 내내 중전에 ‘빙의’된 채 살았어요. 말도 안 하고 웃지도 않고 차분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본래 성격을 모르는 촬영 스태프들은 저를 오해하고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한효주는 “이런 중전의 모습이 자신의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전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분이 많아요. 감독님이 작은 것까지 신경써 주셨고, 이병헌 선배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됐어요.”

그렇다면 한효주가 꼽은 ‘광해’의 명장면과 명대사는 무엇일까. “영화 초반에 ‘결국 저들이 하나 남은 오라버니마저 죽이려나 봅니다. 이 몸이 죽어야 끝나려나 봅니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아요. 중전이 처한 상황과 슬픔이 모두 담겨 있어 좋았어요. 또 마지막에 ‘하선’이 중전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하선’은 조선시대의 로맨티스트인 것 같아요. 여자를 설레게 하는 장면이죠.”

한효주는 ‘광해’의 홍보 활동이 끝나면 영화 ‘감시’의 촬영을 시작한다. 고수와 호흡을 맞춘 영화 ‘반창꼬’도 1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감시’에서는 특수경찰 역으로, ‘반창꼬’에서는 의사 역을 맡아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크게 변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아 두 작품을 선택하게 됐어요. 좋은 캐릭터를 만난 것 같아 쉬지 않고 일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어느덧 연기 9년차에 접어든 한효주.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어요.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좀 더 욕심을 부려 본다면 연기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홍수민 동아닷컴 기자 sum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