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수 “여우주연상보다 황금사자상이 더 좋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0일 19시 37분


단정하고 똑부러지는 인상의 조민수(47)이지만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숨기지는 못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그날'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9일(한국시각) 막을 내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조민수는 '사실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유력했지만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작품이 다른 주요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아쉽게 탈락했다고 관계자와 외신들은 전했다.
아쉬움이 많았을 그에게 "만약 여우주연상과 황금사자상을 바꿔준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안 바꿔요. 여우주연상보다 황금사자가 더 좋아요.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김기덕 감독이 황금사자상을 받았을 당시를 회고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 영화 '더 마스터'가 먼저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는 순간 '이제 됐구나'라고 생각했죠. '김기덕'이라고 하는 소리에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목이 다 아팠어요. 감독님은 앉아있고 우리는 서서 박수를 막 쳤어요. 집 나가면 애국자돼요. 외국인들 앞에서 최고상을 받는 게 너무 좋았어요."

상을 탄 이후의 융숭한 대접을 떠올리면서 목소리 톤은 더 올라갔다. 그는 "폐막식 뒤 파티 참석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외국 배우들이 못 들어오는 걸 보고 '니들은 못 들어오지'라고 생각하며 짜릿했다"고 말했다.
당찬 이미지에 걸맞게 김 감독도 유독 그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나 TV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김 감독의 말을 끊기도 했다. "감독님이 사실 자기 자랑을 너무 많이 해요. 하지만 이런 모습 때문에 김 감독의 진가를 몰라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끔 끊어요. 그분은 한이 많아서 그래요."

촬영장에서도 김 감독의 이름값에 주눅 들지는 않았다. 그는 장면 장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결국 김 감독은 별다른 연기 지도 없이 배우의 의견을 따랐다. "김 감독님은 작가주의 감독이기 때문에 전작들에서는 배우가 많이 안 보이더라고요. 배우를 이용해서 자기 얘기를 전달하면 되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그의 제안으로 강도(이정진)가 엄마라고 찾아온 여자(조민수)의 주요 부위를 만지는 장면 등은 폭력성과 선정성의 수위가 완화됐다.

영화제에 다녀온 뒤 그를 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모래시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 주로 드라마 배우로 기억돼온 그에게 이제 영화배우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인터넷도 안해서 요즘 저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잘 몰라요. 좋은 추억이지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차기작도 아직 안 정했어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름다운과 힘 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정말요? 앗싸! 어릴 적에는 '수컷은 나이 먹으면 멋있는데 암컷은 왜 이렇게 안 예쁠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주름져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렵니다."

민병선 기자bluedot@donga.com

[채널A 영상] 금의환향 김기덕 ‘베니스 후광효과’ 언제까지 갈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