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좋은 음악 치밀한 안무, 과연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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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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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램버트 댄스컴퍼니 내한공연 ★★★★☆

단란한 6인 가족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국 램버트 댄스컴퍼니의 ‘허쉬’. 탄탄한 안무와 구성으로 미학적 성취와 함께 재미까지 이끌어냈다. LG아트센터 제공
단란한 6인 가족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국 램버트 댄스컴퍼니의 ‘허쉬’. 탄탄한 안무와 구성으로 미학적 성취와 함께 재미까지 이끌어냈다. LG아트센터 제공
커튼콜 때 객석의 박수가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보기 드물게 길고도 집요했다. 마지못해 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였다. 20,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영국 램버트 댄스컴퍼니의 14년 만의 내한공연은 국내 현대무용 공연이 놓치고 있을지 모르는 진실 하나를 일깨웠다. 좋은 음악, 훈련된 무용수, 음악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치밀하게 짜인 무용수의 움직임, 이 세 가지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일반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86년 역사로 쌓은 무용단의 명성은 헛되지 않았다.

공연은 4개의 짧은 작품을 3막으로 엮었다. 처음 무용을 접하는 관객과 자주 무용 공연을 보는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마크 볼드윈 예술감독의 말대로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대를 연 작품은 2006년 전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브루스가 안무한 30분짜리 ‘허쉬’. 첼리스트 요요마와 미국 가수 바비 맥퍼린이 연주한 밀리언셀러 앨범의 음악을 무용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2남 2녀를 둔 6인 가족의 일상을 경쾌하게 표현했다. 아이들이 잠든 동안 숨죽여 펼치는 부부의 2인무가 아름다웠고,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말벌의 비행’에 맞춰 모기를 잡는 막내아들의 춤은 해학적이었다.

페테리스 바스크스 작곡의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4중주’에 맞춰 영국 안무가 팀 러시턴이 지난해 안무한 ‘모놀리스’는 눈으로 보는 음악 같았다. 무용수의 동작은 느리고 추상적이었지만 때로 구슬프고 때로 격정적인 음악의 느낌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힘이 있었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에 맞춰 1912년 니진스키가 안무한 작품을 1931년 램버트 초연 버전으로 재현한 발레 ‘목신의 오후’는 100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현대적이었다. 나른한 음악에 맞춘 춤 동작들은 단순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몸이 만드는 선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감동을 주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볼드윈 예술감독이 올해 안무한 ‘광란의 엑스터시’는 이번 작품 중 가장 화려한 무대와 동작들로 이뤄졌지만 오히려 단순미의 극치를 보여준 ‘목신…’에 비해 보는 재미는 떨어졌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공연 리뷰#램버트 댄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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