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왕가리 마타이 지음·이수영 옮김
209쪽·1만3000원·민음사
“창밖으로 수십 군데에서 불길이 보였다.”
2005년 8월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던 아일린 콜린스 선장은 지상 300km 상공에서 엄청나게 큰 불길을 보았다고 했다. 아마존에 이어 세계의 ‘두 번째 허파’로 불리는 중앙아프리카 콩고분지 우림지대였다. 숲속에서 화전을 일구는 농부들이 일으킨 불길과 연기, 숲이 사라진 황무지에서 피어오르던 흙먼지가 우주에서도 보였던 것이다.
2004년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 책의 저자 왕가리 마타이(1940∼2011). 그는 1977년 환경단체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해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45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미국 유학 후 케냐 나이로비대학에서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생물학)를 취득한 저자는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현장에서 시골 여성들과 함께 나무를 심었다.
그는 2005년 중앙아프리카 콩고분지 우림 지역에 걸쳐 있는 10개국 정부로부터 ‘생태계 친선대사’로 임명됐다. 콩고분지는 180만 km²가 넘는 면적에 5000만 명과 수많은 동식물 종이 사는 곳이다. 이곳에서 수령 200년이 넘는 나무 상당수가 벽돌공장의 땔감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그는 눈물을 흘렸다. 목재 회사 직원은 “걱정하지 마라. 숲에는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더 있다”고 위로했다.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남아 있다는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매우 보편적인 세계관이 깔려 있다. 베어낼 수 있는 나무가,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마실 수 있는 물이, 채굴할 수 있는 광물질이 무한정 남아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이런 태도로 지구를 대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생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무와 숲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정신적 영적인 가치를 역설한다. 그는 “인류 문명이 시작된 뒤로 나무는 식량과 약재, 건축 재료였을 뿐 아니라 치유하고 위로하고 사람과 신이 연결되는 장소였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은 ‘죽은 나무’의 목재로서의 가치만 따지지만, ‘살아 있는 나무’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해야 비로소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는 것이다.
그의 나무심기 운동은 무분별한 벌목과 환경 파괴를 일삼는 독재 정부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009년 그를 분쟁종식을 호소하는 유엔 평화사절로 임명했다. 그는 “차드와 수단이 오래도록 영토분쟁을 벌이는 동안 그들이 욕심내는 바로 그 땅을 사하라 사막이 차지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지금 예언자가 있다면 ‘분쟁을 멈추시오. 그리고 함께 모든 자원의 사막화를 막는 일에 쏟아 부으시오’라고 말할 것이다. 정치가와 군인들은 지금 발밑에서 확산되는 사막이, 어떤 총칼로 무장한 적보다 더 파괴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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