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 1년 반 넘게 지속되면서 3만 명이 넘는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시리아, 그리고 최근 미국 대사의 피살에서 볼 수 있듯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갔지만 아직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활개를 치는 리비아. 두 나라를 바라보는 프랑스의 시선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시리아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그래서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이 적잖다. 주요 반체제 인사들이 프랑스로 망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리비아는 프랑스가 주도한 국제 사회의 군사작전으로 긴 독재의 역사를 끝냈다.
지난달 말 출간된 이탈리아 작가 마가레트 마잔티니의 ‘바다, 아침(La mer, le matin)’이 프랑스 독자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작품은 리비아의 피비린내 났던 내전을 다룬 첫 장편소설이다. 한때 이 나라에 살았던 두 여인의 가족사가 골격을 이룬다.
내전이 발발한 뒤 남편이 정부군에 죽임을 당하자 살기 위해 아들 파리드와 함께 시칠리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목숨을 거는 베두인족 출신 사막의 여인 자밀라, 1930년대 리비아 트리폴리로 이민 온 이탈리아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뒤 부모의 고향 시칠리아로 돌아갔지만 ‘아프리카인’ 취급을 받다가 결국 아들 비토와 함께 고향 리비아로 돌아온 바다의 여인 안젤리나가 바로 그들이다.
카다피가 권좌에 올라 세계 최장의 독재가로 살기 시작할 무렵 리비아로 돌아온 안젤리나 모자(母子)와 종말을 앞둔 카다피 정권을 떠나 자유를 향하는 자밀라 모자의 이야기에는 리비아 현대사의 그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과거 리비아를 식민지로 지배했고 내전 발발 직전까지 최고의 우방이었던 작가의 조국 이탈리아와 리비아 사이의 굴곡 많은 역사도 함께 그린다.
시칠리아는 지난해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는 유엔군의 전초기지로 사용됐다. 작가는 “우연히도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다 카다피가 반군의 총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바다, 아침’과 달리 지난주 출간된 ‘장밋빛 미래(L'Avenir en Rose)’는 현대사의 가장 잔혹한 내전으로 남게 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시리아 내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 정권의 오늘을 사진과 짧은 스케치로 다룬 책이다.
저자는 스위스 출신 사진기자 니콜라 리게티. 이 책은 그가 2007년 ‘궁금했던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 방문했던 시리아의 모습을 담았다. 아사드 대통령이 어떻게, 얼마나 우상화돼 있는지를 다룬 다양한 사진과 시리아 국민의 일상이 책에 담겨 있다. 그의 카메라는 건물, 자동차, 가구, 포스터, 하물며 과자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삶 모든 곳에 숨어든 독재자의 흔적들을 포착한다.
독재자의 초상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데 주력해온 리게티는 과거 북한과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한 뒤 김일성 북한 주석과 사파르트무라트 니야조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진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독재자의 모습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미장센(연출)이 없는 권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나는 그 연출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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