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성공 위해 달리는 당신, 그 끝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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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6일 03시 00분


◇템테이션/더글라스 케네디 지음·조동섭 옮김/456쪽·1만3500원·밝은세상

국내에서 4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빅 픽처’의 미국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신작 ‘템테이션’을 펴냈다. 맛있는 과자 봉지에 자꾸만 손이 가듯 한번 책을 펴면 자꾸펼치게 되는 중독성 높은 소설이다. 밝은세상 제공
국내에서 4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빅 픽처’의 미국 소설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신작 ‘템테이션’을 펴냈다. 맛있는 과자 봉지에 자꾸만 손이 가듯 한번 책을 펴면 자꾸펼치게 되는 중독성 높은 소설이다. 밝은세상 제공
성공이란 무엇일까. 이를테면 가수 싸이가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싸이와 대중의 기대치는 그것으로 충족될까. ‘연속 몇 주 1위’나 ‘그래미상 후보 혹은 수상’ 등으로 기대가 옮겨가지는 않을까. 누구나 성공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정상이 있기는 한 것일까.

이 소설을 꿰뚫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위해 달려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 성취를 이뤄낸다. 하지만 만족감보다는 또 다른 성공에 대한 갈증과 열망, 허무가 찾아온다. 성공은 끝끝내 잡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다.

저자의 이름은 기억 못해도, ‘빅 픽처’라는 책 제목은 한 번쯤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10년 국내에 출간된 ‘빅 픽처’는 4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스테디셀러가 됐다. ‘빅 픽처’에서 위기에 빠진 한 변호사의 얘기를 그린 저자는 ‘템테이션’에서는 한 작가의 굴곡 많은 성공기를 숨 가쁘게 그린다. 리듬감 있는 전개와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연속되는 반전이 좀처럼 책을 놓기 힘들게 만든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꿈의 도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10년 넘게 무명작가에 머물던 데이비드 아미티지는 방송국에 보낸 시트콤 대본이 채택되는 행운을 얻는다. 시트콤의 대성공으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된 그에게 할리우드의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 삼류 연예지에 시트콤 대본에 대한 표절 의혹 기사가 실려 그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한다. 잠재의식 속에 있던 다른 작가의 유명 문구들을 자신이 새로 창작해낸 것으로 ‘헷갈려서’ 한두 줄 옮긴 것이지만, 대중은 그 연유를 따지지 않는다. 결국 표절 작가로 찍힌 그에게 애인, 친구, 사업파트너들은 한순간에 등을 돌린다.

작품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할리우드의 추악한 뒷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약하면 잡혀먹는 정글 같은 현실이다. “단순한 한 가지 전제, 즉 자기에게 도움이 될 때만 그 사람에게 관심을 쏟는다는 전제 아래 돌아간다. (할리우드에선) 현실을 똑바로 보고, 게임의 규칙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아미티지는 반전의 기회를 얻고, 통렬한 복수에 성공한다. 술술 읽히는 오락 소설처럼 보이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결국 아미티지가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시기를 보낸 뒤 아미티지가 깨달은, 성공에 대한 철학도 곰곰이 씹어볼 만하다. 결국 성공이란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라는 것, 그 확인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성공은 히말라야에 있는 고봉이 아니라 생각보다 낮고 가까운, 우리 곁의 작은 언덕일 수도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더글러스 케네디#템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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