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동생 M도 즐겨 본다. 유부남 친구 L도 꼭 챙겨 본다. TV 프로그램 ‘짝’이 인기다. 시청자들의 뇌 속에서는 ‘나는 어떤 짝을 택해야 하는가’부터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과연 지금 내 짝이 나와 최상의 조합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까지 다양한 물음표가 꿈틀댈 것이다.
책은 남녀관계를 중심으로 상사와 부하, 스승과 제자, 사업 동반자 등 다양한 파트너십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화두로 내밀고 그 답을 제시하겠다면서 출발한다. 저자는 남녀 간의 인연을 과녁에 꽂히는 화살에 비유하며 ‘퍼펙트 골드’를 찾아 나서자고 한다. 그러나 책의 줄기는 과녁을 잊은 화살처럼 일관된 궤적을 그리지 못한다.
이를테면 ‘어떻게 최적의 파트너를 선택하는가’를 부제로 단 1권은 남녀의 속궁합에 관한 분홍색 담론을 질펀하게 늘어놓다가 서구식 좌뇌-우뇌형 인간 분류를 풀어놓고, 이런 잣대로 이명박 대통령부터 싸이까지 다양한 유명인들을 분류하다가 불현듯 동양의 음양오행론으로 방향을 틀며 독자를 어지럽힌다.
책의 미덕은 오히려 박학다식한 필자의 여러 ‘지론’을 두서없이 좇을 때 발견할 소소한 재미에 있다. 미국 TV 시리즈 ‘섹스 앤드 더 시티’ 속 캐릭터인 서맨사 존스에서부터 원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상과 에피소드를 예로 들고, 남녀의 성적 교합에 관한 이야기를 툭 터놓고 논하다 뇌형 테스트 항목에 ‘용변 보는 자세’까지 집어넣은 저자의 거침없음을 독자가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필자는 책을 ‘최고의 인생 사용설명서’라 일컬으며 “건성으로 읽지 않고… 맥과 결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반드시 자기가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책의 분량은 두 권 합쳐 832쪽에 달한다.
진지하게 ‘짝을 찾는 교과서’를 원한다기보다는,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풍부한 예시와 격식 안팎을 넘나드는 ‘야설’에 빠져드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독자라면 이 책과 궁합이 딱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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