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임선혜의 압도적인 존재감… ‘수잔나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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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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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

백작을 속이기 위해 편지를 쓴 수잔나(임선혜·왼쪽)와 백작부인(이화영). 고양문화재단 제공
백작을 속이기 위해 편지를 쓴 수잔나(임선혜·왼쪽)와 백작부인(이화영). 고양문화재단 제공
11∼14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공연 중 필자는 13일 공연을 골랐다. 다른 사정도 있었지만, 이날 수잔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다름 아닌 임선혜라는 사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음반 녹음과 공연 양쪽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둬온 그의 음악성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던 이번 기회는 각별히 소중한 것이었다.

역시 임선혜의 존재는 압도적인 빛을 발했다. ‘피가로의 결혼’이 아니라 ‘수잔나의 결혼’이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목소리 자체가 비할 데 없는 미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악센트로 다채로운 표정을 부여하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동작은 대담하고도 시원시원했다. 3막 5장에서 그가 피가로의 뺨을 때린 게 시늉이었는지 진짜인지 아직도 궁금하다. 임선혜가 선보인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는 우리나라 오페라 공연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었다.

다른 배역도 대체로 훌륭했다. 바리톤 오승용은 권위적이면서도 욕망 때문에 괴로워하는 백작의 내면을 훌륭하게 연기했고, 백작부인 역을 맡은 이화영은 초반에 비브라토가 다소 심하긴 했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차분하고 기품 있는 가창을 들려주었다. 주역인 피가로를 맡은 김진추는 연기는 좋았지만 필요 이상으로 힘을 실어 노래하는 경향이 있었다. 피가로와 백작 역 모두 바리톤이 부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좀 더 가벼운 가창이 차별화에는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반주를 맡은 김덕기 지휘 프라임 필하모닉은 처음에는 좀 빈약한 연주를 들려주었지만(서곡 후반부의 다이내믹 처리는 약간 괴상했다) 2막 무렵부터는 안정된 연주로 극에 무리 없이 융화되었다.

연출(장영아)은 대체로 훌륭했다. 무대는 공간감과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꾸며졌고, 조명도 적절하게 사용됐다. 의상도 특정 시대와 관련되지 않으면서 각 배역의 성격을 잘 드러내게끔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적지 않은 장면이 삭제되거나 축약된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고 싶다. 삭제는 곡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3막 후반부와 4막에 특히 집중됐다. 대부분은 음악적으로나 극 진행 면에서나 그다지 중요치 않은 장면이지만 4막에서 피가로의 아리아가 빠진 것은 무척 아쉽다. 이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공연은 모든 관계자의 헌신적인 노력과 긴밀한 협조가 행복한 결실을 거둔 사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황진규 음악칼럼니스트
#오페라#피가로의 결혼#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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