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우타노 쇼고 지음·한희선 옮김
388쪽·1만3000원·블루엘리펀트
침실에서 아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질식사. 별다른 외상도, 누가 집에 침입한 흔적도 없다. 게다가 집의 모든 창문과 문은 안에서 잠겨 있는 상태. 이른바 ‘밀실(密室)’살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범인의 흔적은 없고 시체만 남겨진 수수께끼 같은 밀실살인은 추리소설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이 비상식적인 상황을 얼마나 그럴듯한 개연성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짜릿한 전율이 일기도, 김이 새기도 한다. 이 책은 전자에 더 가깝다.
다시 밀실로 들어가자. 질식사지만 목을 조른 흔적도, 독가스가 살포된 흔적도 없다. 사고사처럼 보이지만 무언가 찜찜하다. 경찰은 탐문 중 사건 한 달 전 인근에서 애완용 햄스터 세 마리가 질식사로 숨진 사실을 알아낸다. 아내와 햄스터의 죽음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예약’ ‘질식’ ‘비’ ‘공기’ 등 사건의 주위에서 건져낸 키워드들이 하나로 조합된 순간, 독자의 상상을 뛰어넘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기발하다’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밀실에서 숨진 아내의 비밀을 캐는 단편 ‘집 지키는 사람’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다섯 편의 밀실 살인 사건 이야기 중 이 작품은 단연 압권이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인형사의 집’에도 눈길이 간다. 외딴 별장에서 홀로 살며 여자 석고상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한 남자, 우연히 그 별장을 찾은 아이 셋, 그중 한 아이의 실종…. 특히 성인이 된 아이가 다시 별장을 찾고, 현재와 과거를 숨 가쁘게 교차하며 기술하는 부분은 찌릿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하다. 단, 마지막 반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이 밖에 건달 청년의 의문사를 그린 ‘즐거운 나의 집’, 산골 마을 속 변사 사건을 그린 ‘산골 마을’, 이사 온 새집에서 정체 모를 공포를 느끼는 ‘거주지 불명’ 등 개성 강한 추리단편들을 모았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본격미스터리대상을, ‘밀실 살인 게임 2.0’으로 두 번째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한 작가는 특히 ‘밀실살인의 달인’으로 꼽힌다. 각종 트릭과 반전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은 가볍게, 즐겁게 읽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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