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크고 화려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시시하고 하찮은 작은 것들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림책은 우리 주위에 있는 무수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온 세상이 반짝반짝’(이윤우 지음·비룡소)은 마음에 위로와 기쁨을 주는 주변의 반짝이는 것들을 보여준다. 밤중에 고개를 들면 볼 수 있는 작은 별, 텅 빈 길을 비추는 가로등, 이른 새벽 하나둘 나타나는 불빛들, 반짝이는 이슬, 반짝이는 물고기, 엄마 눈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 기대하지 않던 선물과 같은 세상의 반짝임을 두세 가지 색으로 보여준다. 직선과 곡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그림과 운율을 살린 단순한 문장의 리듬감은 그림책이 안내하는 또 다른 세상을 향해 흔쾌히 마음을 열게 한다.
시간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1초라는 짧은 시간은 누구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이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인 시간이 될 수 있다. ‘단 1초 동안에’(스티브 젠킨스 지음·토토북)는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가 단 1초 동안에 얼마나 다양하고도 많은 일을 하는지 보여준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가 1초에 날갯짓을 한 번 하는 동안 벌새는 50번, 호박벌은 200번 날갯짓을 한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짧은 1초의 시간에도 자연은 변화하고 생태계는 살아 움직인다. 아이들은 늘 시간을 시계를 통해서만 감지하지만, 이 그림책은 단 1초라는 짧은 시간부터 100만 년이라는 긴 시간까지 지구 생명체의 다양한 활동과 변화를 보여준다.
1초라는 시간만큼이나 먼지도 작고 하찮게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먼지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요’(윤순창 글·소복이 그림)를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만화 스타일의 먼지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먼지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막에서 만들어진 먼지는 2주일이면 지구를 한 바퀴 돈다. 바람과 합치면 어마어마한 모래 폭풍이 되어 집을 무너뜨리기도 하고 가축을 묻어버리기도 한다. 아프리카나 인도에선 수많은 사람이 오염먼지 때문에 죽어간다. 오염된 먼지는 지구 온도를 높여서 남극과 북극 히말라야만큼 높은 산꼭대기에서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게도 한다. 이런 먼지가 생기는 과정, 먼지가 이동하는 과정, 먼지들이 일으키는 온갖 문제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음을 깨우쳐 준다.
세상이 무엇에 의해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모두 알 수는 없지만 하찮게 여기는 작은 것들이 우리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그림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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