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김수현이 주연을 맡아 촬영 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남파된 북한 특수요원 원류환(김수현 분)이 달동네에서 동네 바보 노릇을 하며 정보수집 임무를 수행하다 북에서 자결하라는 지령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한 동네에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지는 만큼 만화 속에는 원류환이 일하는 동네 슈퍼, 동네 사람들이 사는 집, 골목, 빈 창고 등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언뜻 가상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 웹툰은 경기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을 모델로 했다. 부천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판자촌 마을로 재개발이 결정됐지만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되지는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은밀하게…’의 최종훈 작가는 웹툰 연재를 마친 뒤 후기에서 “원류환이 2년 동안 사는 달동네를 묘사하기 위해 한 달 넘게 인터넷을 뒤지고 답사를 다녔지만 적합한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그런데 작업실이 있는 부천 근처에 마침 적당한 장소가 있었다”고 말했다.
만화에서는 이처럼 실제 장소나 공간을 참고해 배경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배경에 등장하는 건물과 공간을 모두 상상해서 그리기도 힘들고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경우에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서다. 작가들은 대부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실제 장소를 답사하며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러다 보니 만화가의 작업실이나 사는 곳 근처가 자주 등장한다. 강동구에서 30여 년째 살고 있는 강풀 작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올해 여름 영화로도 개봉했던 웹툰 ‘이웃사람’은 연쇄살인범이 같은 빌라에 산다는 사실을 이웃 주민들이 눈치 채는 내용. 작품의 주 무대인 강산맨션은 강동구 상일동의 한 빌라에서 촬영됐다. 연쇄살인범이 여행가방을 사기 위해 들르는 주영쇼핑은 강동구 명일동의 오래된 쇼핑센터인 주양쇼핑이 모델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강산경찰서는 강동경찰서가 배경이 됐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웹툰 ‘조명가게’에도 강동구를 지나는 3211번 버스가 321번 버스로 노선번호만 바뀌어 등장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재연재되고 있는 하일권 작가의 데뷔작 ‘삼봉이발소’에는 말하는 고양이, 못생긴 사람들에게만 발병하는 ‘외모 바이러스’ 등 SF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하지만 소재와 달리 배경에는 성동고, 대방동 등 구체적인 지명과 장소가 등장해 현실감을 준다. 하 작가는 연재 당시 작업실과 가까운 구로구 신도림동, 관악구 신림동 등의 지명을 참고했다고 한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이야기를 그린 웹툰 ‘PEAK’에는 인수봉, 백운산장, 병풍암 등 북한산 곳곳이 등장한다. 스토리라인을 짜는 홍성수 작가는 실제로 구조대에서 군 생활을 했고, 그림을 그리는 임강혁 작가는 북한산을 직접 올라 사진을 찍으며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이 웹툰은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네 번째 시즌이 연재되고 있는 인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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