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한 가을 산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등산객이 늘면서 산과 숲속 곳곳에 마련된 작은 도서관과 독서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비싼 음료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분위기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는 매표소를 재활용한 ‘시 도서관’이 있다. 국내외 시집 4000여 권을 모아둔 곳이다. 10평 남짓한 단층 건물이지만 주말엔 100명이 넘는 등산객이 몰려와 시집을 보거나 빌려간다. 평일에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 입구에서 만난 등산객 전영훈 씨(56)는 “시집은 얇아서 휴대도 간편하고,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아 이곳에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입구 1광장에는 철거 예정이었던 관리초소가 ‘숲속작은도서관’으로 탈바꿈해 등산객을 맞는다. 환경 및 어린이책을 비롯해 2000권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이 밖에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낙성대공원 도서관 등 관악산 근처에만 독서공간이 5, 6곳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내에는 은평구 불광동 은평구립도서관과 연계된 ‘무인도서예약 대출 및 자가반납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북한산 등산객들과 주민들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이 시스템에서 책을 받아보고 반납할 수 있다. 대출 예약은 인터넷으로 미리 해두어야 한다.
떨어지는 낙엽이 소복하게 쌓인 숲속도 품격 있는 독서공간이 될 수 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 남산도서관에는 ‘남산 다람쥐 문고’가 인기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곳에는 약 400권의 문학책이 있다. 책장에 조그맣게 자리한 표지가 정겹다. ‘남산공원에서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재활용해 손수 만든 작은 책장과 의자로 꾸며진 작은 쉼터 및 도서관입니다.’ 남산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부터 산책 도중 잠시 쉬었다 가기 위해 들른 노부부까지 나무 밑동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책읽기 좋은 곳이다.
서울 광진구 아차산 자락의 ‘숲속 새참도서방’과 ‘팔각정자 고구려정 도서함’에서도 무르익은 늦가을 향기를 맡으며 운치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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