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두드리는 러시아 명곡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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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일 03시 00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이끄는 게르기예프 6, 7일 내한공연

게르기예프는 맨손 지휘를 즐기지만 때론 섬세한 표현을 위해 이쑤시개만 한 지휘봉을 쓰기도 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게르기예프는 맨손 지휘를 즐기지만 때론 섬세한 표현을 위해 이쑤시개만 한 지휘봉을 쓰기도 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소련이 붕괴하면서 빚어진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궁핍으로 러시아 문화계가 비틀거리던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소련 시절 레닌그라드)의 마린스키(키로프)극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1978년 처음으로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던 발레리 게르기예프(59)는 1988년 이 악단의 수석지휘자가 된 뒤 1996년엔 예술감독을 맡아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놓았다. 25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가 6, 7일 한국 무대를 찾는다. 2005년 내한 공연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공연에서 게르기예프는 서곡-협주곡-교향곡이라는 관례적인 콘서트 형식을 깨고 협주곡 한 곡과 교향곡 두 곡으로 묵직한 프로그램을 꾸민다.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은 공연시간이 길어질 거라고 하지만 서너 시간을 훌쩍 넘기는 오페라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마린스키만이 가진 매력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빅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러시아 작곡가들의 위대한 작품이 중심이다. 프로그램이 결코 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6일엔 러시아 작곡가 아나톨리 리아도프의 ‘바바야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손열음 협연)과 교향곡 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7일에는 브람스 교향곡 2번,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1번(조성진 협연)과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조성진은 그가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지난해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게르기예프는 마린스키 데뷔 이후 구소련 시절의 정치색을 배제하고 현대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여 마린스키의 부활에 힘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적인 상황은 변할 수 있지만 현실을 넘어서는 것이 음악이다. 마린스키와 함께 일한 24년 동안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초연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음악 작곡가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지휘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 수석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LSO와 마린스키에서 자체 음반 레이블을 운영한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영향으로 음반시장이 쇠락하자 주요 레이블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케스트라 녹음을 크게 줄였다.

“마린스키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기록’이다. 마린스키의 뛰어난 연주자, 오페라 가수, 발레리나 등이 펼치는 무대를 기록으로 남겨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 또한 우리의 임무다. 나는 청중의 숨소리가 녹아 있는 실황 녹음을 좋아한다. 리허설도 녹음하지만 80% 이상 실황을 사용한다. 최근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

6, 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만∼27만 원. 02-541-3183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소련#마린스키극장#게르기예프#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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