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개관 25주년을 맞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이 최근 공공성 및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올 7월부터 청소년과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 티켓을 할인해주거나 리허설을 무료로 관람하는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잠재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이 같은 제도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국내 공연기획사와 연주단체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를 대관 공연에도 반강제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은 19∼24세를 대상으로 ‘싹틔우미 회원’ 제도를 운영한다. 싹틔우미 회원은 티켓을 40∼50% 할인해 구매할 수 있다. 현재 1만5000명이 넘게 가입했으며 2013년까지 회원을 3만 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공연기획사는 올 하반기 전당 대관 공연의 티켓 일부를 40% 할인가격으로 전당 측에 미리 넘겼다. 전당은 그 대가로 티켓 사이트에 공연 소개 배너를 띄워주었다. B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특히 콘서트홀 대관 공연의 경우 싹틔우미 할인이나 당일 할인 티켓용 표를 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내년 공연에는 몇 장을 내놓아야 할지 벌써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C연주단체는 콘서트 전 무료 공개리허설을 하지 않으면 다음 대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구두경고’를 받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단 3시간이 주어진 리허설에서의 집중도가 콘서트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리허설 대관료까지 지급하는데 전당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의전당 청소년 대상 신규제도 참여 협조요청’ 공문에는 리허설 무료 관람의 경우 ‘대관 단체가 대체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나 불가피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어 참여를 원하지 않을 경우 하단의 메일 주소로 불참 여부를 전당에 개별 통보 바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예술의전당 측은 “제도 시행 초기라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다소 강압적인 면이 있었지만 과도기의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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