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작은 회사, 깊은 회사, 짜릿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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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김정래 전민진 지음/312쪽·1만5000원·남해의봄날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정은영 지음/292쪽·1만5800원·디자인하우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내 앞에 주어진 순간순간을 제대로 살기 위해, 즐겁게 일하기 위해!” ‘작은 회사’에 다니는 당당한 청춘들의 고백을 책으로 펴낸 저자들이 서울 청계천 광통교 위에 모였다. 왼쪽부터 전민진 김정래 씨,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내 앞에 주어진 순간순간을 제대로 살기 위해, 즐겁게 일하기 위해!” ‘작은 회사’에 다니는 당당한 청춘들의 고백을 책으로 펴낸 저자들이 서울 청계천 광통교 위에 모였다. 왼쪽부터 전민진 김정래 씨,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작은 회사’가 뜨고 있다. 불황에 빠진 세계경제 상황 속에서 ‘안정적이고 큰 회사’란 공상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높은 연봉의 대기업, 철밥통 공기업의 좁은 문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취업난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이제 눈을 돌려보자. 두 권의 책은 톡톡 튀는 크리에이티브로 먹고사는, 작은 회사에서 프로직업인으로서의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 “일의 즐거움이 삶의 즐거움으로”

스토리텔링 회사에 다니던 김정래(30) 전민진 씨(29)는 이십대 후반에 직장을 그만뒀다. 30대에 새로운 삶을 도전하기에 앞서 두 사람은 또래의 청춘들이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다. 둘은 젊은이 13명을 만나 얘기를 듣고 그들이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와 고민을 책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에 솔직하게 담아냈다.

부엉이 안경, 나뭇잎과 꽃을 넣어 만든 안경, 만화 캐릭터 조로 안경 등 기발한 안경테를 만들어내는 젠틀몬스터 그래픽의 안경디자이너 우빛나, 강원 횡성군에서 신선한 우유를 만들어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서울F&B 기획관리부 과장 박현정, 인디밴드 전문 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 매니지먼트 팀장 김설화, 저소득층도 쉽게 살 수 있는 보급형 보청기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딜라이트 전략기획실장 김정현….

한국 사회에는 작은 회사에 다니면 스펙이 모자라거나, 불안한 미래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작은 회사에 다니는 매력은 간판이나 급여, 사회적 평가로 잴 수 없는 ‘일과 삶’의 즐거움에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로움”(김설화 팀장)이 있고, “개인의 개성이 곧 회사의 색깔이 되는 짜릿한 경험”(디자인 서점 땡스북스 점장 김욱)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작다’라기보다는 ‘깊은’ 회사”(디자이너 우빛나)라고 해야 맞다는 전언이다.

저자 김정래 씨는 “우리 사회는 대학을 졸업하면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취업해야 하고, 취업하면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직업과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에 대해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민진 씨는 “우리 세대는 선배가 없다. 학교 선배들은 모두들 취업준비에 바쁘고, 교수님들도 논문 쓰시느라 바빠 물어볼 사람이 없다”며 “작은 회사 중에는 일의 재미뿐 아니라 보수나 조건도 좋은 회사가 많은데 취업지망생들이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나만의 생존법·프로의식 얻는다”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41)는 “20대 시절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가장 좋은 창업 인큐베이팅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작은 회사에서는 1인다(多)역을 맡아 회사와 함께 밑바닥부터 성장해가며, 정글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는 “대기업을 수십 년 재직하다 나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막막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10∼15년만 버티면 이직이나 창업을 하더라도 두렵지 않은 나만의 프로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13명의 창조적인 작은 기업 창업자의 스토리를 담은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를 펴냈다.

정 대표도 7년간 공연과 이벤트 기획을 하는 콘텐츠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통영에 내려갔다가 새로운 지역 비즈니스 시장을 발견하고 두 번째 회사인 ‘남해의봄날’을 차렸다. 지역의 작은 기업, 문화예술가들과 함께 남해안 곳곳에 숨겨진 풍부한 콘텐츠를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정 대표는 “요즘 출간되는 책들이 ‘너무 힘들지, 힘들지’라고 위로만 하니까 청춘들이 ‘그래, 나 힘들어’ 하고 주저앉는 것 같다”며 “내가 배우고 싶을 정도로 훌륭하고 똑똑하게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런 묻혀진 젊은이들을 조명해 용기를 북돋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실용기타#작은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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