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부모는 한발 물러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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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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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성공하는 방법’

유치원 수업료가 대학 학비에 근접했다는 뉴스,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는 학부모들. 과열된 한국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에는 국적이 따로 없다.

자녀의 성공은 과연 지능지수(IQ)와 시험 성적에 비례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을 지낸 폴 터프가 이 물음에 답하는 신작을 내놓았다. ‘자녀가 성공하는 방법(How Children Succeed)’이다. 9월 초 출간돼 5주 이상 여러 언론의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올라 있다.

그는 광범위한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교육 현장을 둘러본 뒤 양 극단을 설정해 얘기를 풀어나간다. 어릴 때부터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 자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인지가설’을 믿는 쪽과 지식보다 패기, 호기심, 실패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대쪽의 주장을 두루 살폈다.

이에 따르면 많은 학부모가 오래된 진리로 믿고 있는 인지가설은 불과 18년 전에 나왔다. 카네기 코퍼레이션이 1994년 내놓은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3세가 지나면 어린이의 지식습득 능력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 요지.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은 아동심리학자인 리슬리 부부의 ‘유아 때 습득한 단어의 수가 인생을 바꾼다’는 연구 결과였다.

하지만 저자는 넉넉한 환경에서 부모의 지원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간 자녀들의 인생이 모두 성공적이진 않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제시했다. 저자는 “이들 가운데는 30대가 지나 큰 낙담과 실패를 한 사람이 적지 않다. 한번도 역경을 맞아본 적이 없고 ‘헬리콥터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캐릭터를 만드는 훈련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사례들을 소개했다(저자는 그 확률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한다). 시카고 할렘가에서 태어나 친척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학교에서 폭력만 일삼아 퇴학 직전까지 갔던 여학생은 지금 놀랍게도 대학에서 미용학 학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자는 또 다른 사례로 절대 빈곤에서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커피숍에서 어린이 소설을 써 출판하기까지 출판사로부터 12번 거절당했던 싱글맘을 소개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다.

저자는 자녀가 어릴 때는 최소한의 요구만 충족시켜주고 지나친 사랑은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 대신 ‘자녀와의 스킨십’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최소한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는 물러서 있으라고 조언했다. 부모가 물러서지 않으면 자녀 스스로 숨겨진 자신의 캐릭터, 호기심, 투지와 기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제안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부모 노릇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글로벌 북 카페#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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