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 달군 인상 깊은 캐릭터와 명대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넘버1 되고픈 B급 반건달의 카리스마 있는 한마디 “살아있네~”

달력 한 장을 남긴 이때, 한국 영화는 어느 때보다도 배부르다. 올해 작품들이 쏟아낸 그냥 묻어두기 아까운 캐릭터들과 명대사를 모았다. ‘한국판 어벤져스’의 한판 ‘난장’이다.

2012년을 힘차게 열어젖힌 ‘댄싱 퀸’의 두 얼굴 정화(엄정화). 그는 시장의 아내와 ‘성인돌’ 가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아슬아슬한 신분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그의 팀 동료인 라리(오나라). 그는 미국 콜로라도 출신이라고 속이다가 전라도 출신임이 드러나자 이렇게 변명한다. “같은 라도니께.”

또 다른 두 얼굴이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민간인과 건달 사이를 박쥐처럼 부유하는 ‘반달’ 최익현(최민식). 그가 남긴 대사 “살아있네”는 이 영화로 확실히 재기한 스스로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러브 픽션’의 하정우와 공효진의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범죄…’에서 입 무거운 조폭 두목으로 출연했던 하정우는 ‘러브 픽션’에서는 수다쟁이 소설가로 나왔다. 그는 여자친구 희진(공효진)의 ‘겨털(겨드랑이 털)’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모자도 털모자만 쓰고 만두도 털보 만두만 먹고 성격도 털털하단 소리 많이 들어. 그리고 TV도 디지털이야.”

이에 희진은 “여자들은 자궁에 뇌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들. 당신만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정말 실망이다”라고 응수한다.

첫 키스를 하고도 내 여자란 확신을 못하는 ‘사랑엔 못난이’인 ‘건축학개론’의 승민(이제훈). 그는 첫사랑 서연(수지)과 데이트한 뒤 들떠 친구 납뜩이(조정석)에게 묻는다. “손목 때리기는 보통 사이에서는 안 하지 않나? 막 손잡고 그래야 하는데….” 이어지는 납뜩이의 핀잔. “그럼 뭘 해? ‘아구창’을 날리냐?”

납뜩이의 명언은 승민의 한 듯 안 한 듯한 첫 키스를 평가할 때도 이어진다. “키스란 말이야, 혀가 스르르 뱀처럼! 응? 스네이크.… 이런 게 키스야. 네가 한 건 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말이라면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임수정)도 ‘월드 클래스’급. “싸면서 시집 읽는 거보다 싸면서 마시는 게 덜 이상해. 싸면서 시집 읽는 거 좀 비이성적이지 않아? 차라리 먹고 싸는 게 이성적이지.” 정인은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시집 읽는 남편 두현(이선균)에게 직접 만든 녹즙을 강제로 먹인다.

관객의 뇌리에 박힌 대사가 두 영화에 똑같이 나오기도 했다. ‘건축학개론’의 승민의 약혼녀 은채(고준희)와 ‘도둑들’의 예니콜(전지현)이 외쳤던 한마디. “(어마어마한) 썅×이네.”

‘도둑들’의 씹던껌(김해숙)은 첸(런다화)과 장렬한 최후를 맞으며 입에 감기는 한마디를 남겼다. “내가 꿈을 잘못 샀나봐.”

올 하반기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스크린을 독점했지만 그래도 인상 깊은 영화들이 있었다.

전세금과 아이 학원비를 걱정하는 생활형 ‘간첩’의 페이소스를 그린 영화 ‘간첩’. 김 과장(김명민)과 강 대리(염정아)가 중국과 유럽 등을 통해 신분세탁을 했다며 최첨단 남파 경로를 설명하자 30년 된 간첩 윤고문(변희봉)의 좌중을 얼어붙게 한 한마디. “난 헤엄쳐 왔어.”

‘늑대소년’의 늑대소년(송중기)의 유일한 대사와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의 주인공 점박이가 알을 깨고 나오면서 하는 첫 대사도 인상적이다. “으르렁.” “까오∼ 까오 까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영화#캐릭터#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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