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고정욱 씨(52)가 200번째 동화책 ‘가슴으로 크는 아이’(자유로운상상)를 펴냈다. 1급 장애인인 그가 지금까지 쓴 동화와 소설 200권은 모두 305만 부 이상 팔렸다. 그만큼 다작(多作)을 내놓고 이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동화작가는 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들다.
소설가로 등단했던 그가 동화를 쓰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다.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아이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동화를 쓰게 됐다. 뇌성마비 장애아가 주인공인 데뷔작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은 70만 부가 판매됐다. 시각장애아와 안내견의 이야기를 다룬 ‘안내견 탄실이’는 30만 부, 지체장애아와 친구의 우정을 그린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100만 권이 나갔다.
그는 돌 무렵 소아마비를 앓고 1급 장애인이 됐다. 고교 시절 의대 진학을 꿈꿨지만 “장애인을 받아주는 의대는 없다”는 교사의 말에 크게 낙담했다. 진로를 바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이 넘도록 여러 대학에서 강사생활을 하다가 아동문학가의 길로 들어섰다.
장애를 딛고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그에게 학교와 관공서, 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진다. 그는 1년에 20권 이상의 책을 쓰고, 매년 200여 차례 강연을 다닌다. 독서의 계절인 요즘은 한 달에 29일을 강의하기도 한다. 그에게 어떻게 그런 다작과 강연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소아마비 장애인에게는 포스트 폴리오 신드롬이라는 게 있어요. 몸의 근육 가운데 3분의 2가 하체에 몰려 있는데 이를 쓰지 않으니 심폐, 내장, 심장 기능이 60세가 넘으면 급격히 떨어집니다. 그래서 소아마비 장애인 가운데 장수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저는 목숨을 걸고 씁니다. 언제 삶이 끝날지 모르니까요.”
그의 작품 30여 개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번역돼 소개됐다. 그는 “내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걸 볼 때 내가 이 세상에 장애인으로 살게 된 소명의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며 “죽는 날까지 500권의 동화책을 쓰고, 내 책이 전 세계 100개 언어로 번역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라는 주제는 세계인이 모두 공감할 것으로 생각해요. 마지막 꿈은…장애인 문학으로 노벨 문학상을 타는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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