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속의 화초 공주는 가라 산전수전 겪은 공주가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12월 막올리는 뮤지컬 ‘아이다’ 여주인공 소냐 - 차지연

뮤지컬 ‘아이다’의 새로운 주역인 차지연(왼쪽)과 소냐. 소냐가 차지연에 대해 “항상 자신감에 차 있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 에너지가 부럽다”고 하자 차지연은 “소냐 언니는 겉으 론 부드럽고 여유가 넘치지만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뮤지컬 ‘아이다’의 새로운 주역인 차지연(왼쪽)과 소냐. 소냐가 차지연에 대해 “항상 자신감에 차 있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 에너지가 부럽다”고 하자 차지연은 “소냐 언니는 겉으 론 부드럽고 여유가 넘치지만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고 화답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가수 옥주현을 뮤지컬 디바로 성장시킨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다’가 두 명의 새로운 아이다와 함께 다음 달 2일부터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옥주현이 2010년 성남 공연을 끝으로 하차한 타이틀 롤 자리는 소냐(32)와 차지연(30)이 차지했다. 베르디의 동명 오페라가 원작인 아이다는 가수 엘턴 존이 작곡한 뮤지컬 넘버에 디즈니사가 제작한 환상적인 무대를 엮어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과 포로로 끌려온 누비아 공주 아이다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두 사람을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1층 카페에서 만났다.

19세 때인 1999년 가수로 앨범도 내고 그해 ‘페임’의 카르멘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소냐는 ‘아이다’와 인연이 깊다. 2005년 국내 초연을 앞두고는 제작사 자체 설문 조사에서 아이다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로 꼽혔다.

“음악이 무척 매력적이어서 꼭 하고 싶었던 배역이었어요. ‘지킬 앤 하이드’에 출연할 때였는데 당시 소속사에서 오디션 정보를 잘못 알려줘 아예 오디션을 못 봤죠. 상심했던 저를 위해 ‘지킬…’ 연습실에서 조승우 씨가 라다메스를 연기하고 제가 아이다를 맡아 우리끼리 아이다를 공연했던 기억이 나요.” 2010년 성남 공연 때는 오디션을 치렀으나 이때도 인연이 닿지 않았다.

차지연은 소냐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판소리 고수로 유명했던 박오용의 외손녀인 차 씨는 어린 시절 국악계 신동 고수(鼓手)였다. 대전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전국 고수대회에서 3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여섯 살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상경해 생활비를 직접 벌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때 돈벌이를 위해 아마추어 가요제에 나갔는데 한 대회에서 소냐의 노래인 ‘아이리스’를 불러 2등을 했다. “얼마 후 어머니를 모시고 뮤지컬 ‘페임’을 보러 갔는데 그때 언니를 무대에서 직접 봤죠. 가수가 뮤지컬 무대에 선다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이다는 흑인 공주다. 그래서 넘버도 흑인들이 즐겨 부르는 가스펠이나 솔에 가깝다. 혼혈 가수인 소냐에겐 ‘딱’이다. 차지연은 R&B 흑인 여성 보컬그룹을 그린 뮤지컬 ‘드림걸즈’에서 신들린 가창력을 선보여 작곡가 헨리 크리거로부터 “세계 최고의 에피”란 격찬을 들었다.

어린 시절 ‘눈물 젖은 빵 맛’에 익숙한 ‘미운 오리 새끼’였다는 점도 두 사람은 닮았다. 소냐는 경북 구미에서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미국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8세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나 외할머니와 살았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가난 때문에 낮에는 방직공장을 다니며 야간학교를 다녔다.

차지연도 자라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고 밤엔 일식집과 홍익대 앞 힙합클럽에서 일했다. 2005년 뒤늦게 서울예대 연극과에 들어갔지만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다시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다. 2006년 우연히 ‘라이온 킹’ 오디션을 본 게 뮤지컬 입문의 계기가 됐다.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지만 공주 역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같다.

“마약에 찌들어 죽고(‘페임’), 창녀(‘마리아 마리아’)였고, 자살하고(‘잭 더 리퍼’), 살해당하는 역(‘지킬…’) 등을 했어요. 죽는 역할 전문 배우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공주는 처음인데 사실 이 작품에서도 죽긴 죽어요. 대신 환생하죠. 하하하.”(소냐)

“전 원숭이 주술사(‘라이온 킹’), 창녀(‘마리아 마리아’), 게이샤(‘씨 왓 아이 워너 씨’), 뚱뚱하고 버림받는 여자(‘드림걸즈’), 눈먼 소리꾼(‘서편제’), 노처녀 작가(‘엄마를 부탁해’) 등을 했네요. 이번 역은 그냥 공주가 아니라 잔 다르크 같은 씩씩한 공주라서 마음에 들어요,”(차지연)

2013년 4월 28일까지. 6만∼12만 원. 1544-1555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뮤지컬#아이다#소냐#차지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