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30대 땐 힘, 70대 땐 道로 연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8일 03시 00분


12월 1,2일 콘서트 여는 ‘한국록의 대부’ 신중현

짧은 스포츠머리를 고집하던 신중현의 머리칼은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어 있었다. “록의 진수를 보여드리려고 머리까지 길렀어요. (웃음) 헤드뱅잉까지는 자신이 없어요, 어지러워가지고….”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짧은 스포츠머리를 고집하던 신중현의 머리칼은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어 있었다. “록의 진수를 보여드리려고 머리까지 길렀어요. (웃음) 헤드뱅잉까지는 자신이 없어요, 어지러워가지고….”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인간의 정신세계는 무한대로 새로운 세계를 끄집어낼 수 있어요. 환각제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맨 정신에서 그 ‘제2의 세계’를 표현하는, 사이키델릭 록(환각적인 록 음악)의 정수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7일 오후 서울 명륜1가의 카페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신중현(74)은 깊이 파인 주름과 다듬지 않은 하얀 머리칼 아래로 세월이 묻어나는 양손과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그의 말도 연주처럼 거침이 없었다.

그는 12월 1, 2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더 기타리스트 신중현 콘서트’를 연다. 공연 제목에서 강조하듯, 2년 만의 국내 공연인 이번 무대에서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한 기타 연주로 사이키델릭 록의 세계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9월 그는 록의 본고장 미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고 돌아왔다. 그의 옛 음반들을 현지 발매한 미국 음반사의 초청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엘 레이 시어터’ 무대에 선 것. “객석이 교포 하나 없이 미국인으로 가득 찼죠. 첫 곡 ‘떠나야 할 그 사람’부터 객석의 열기가 엄청났어요. 내 사이키델릭 록을 높이 평가하더군요. ‘아름다운 강산’을 마지막 곡으로 했는데 관객이 ‘앙코르’를 외치며 자리를 뜨지 않아 도망치듯 빠져 나오느라 진땀 뺐어요.” 천하의 신중현이 ‘도망’이라니…. “앙코르 나올 줄 꿈에도 모르고 준비 안 했거든요. 영어도 안 되고….” 길가로 나오자 미국인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준 뒤 자정을 넘겨서야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미국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은 지난해 신중현 사이키델릭 록 모음집, 신중현이 제작한 김정미의 ‘나우’를 발매한 데 이어 최근 ‘신중현과 엽전들’ 1집도 CD로 제작해 현지 시장에 내놨다.

그는 12월 공연을 1부와 2부로 나눠 70대의 자신이 낼 수 있는 음악적 깊이를 다 보여주겠다고 했다. 1부는 아들이자 뮤지션인 신윤철 신석철이 기타, 건반, 드럼 연주로 받쳐주는 무대로 12인조 현악단과 함께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커피 한 잔’ 같은 명곡을 연주한다. 2부는 심오한 사이키델릭 록만을 레퍼토리로 정했다. “디스코풍으로 바뀐 이선희 버전이나 1980년대 ‘신중현과 뮤직파워’ 버전 말고, 72년 ‘신중현과 더 멘’ 버전의 환각적인 ‘아름다운 강산’을 들려드릴 겁니다. 그 버전이 진짜였죠. 대중을 생각지 않고 제 나름의 기타 소리를 제대로 들려드릴 거예요.”

요즘은 목재를 다듬고 못을 박는 데 여념이 없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자택의 연습 공간을 직접 리모델링하고 있다. 아직 기타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30대에는 넘치는 힘으로 (연주)했지만 70대에는 도(道)로 하고 있어요. 육체가 아닌 정신의 소리로 평면 아닌 입체, 깊이로 들어가는 연주를 해보겠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재조명받는 그에게 물었다. 대중음악사의 변방으로 치부되는 한국에서 태어난 게 억울할 때는 없을까.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제가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로스앤젤레스에 가보니 기후도 늘 좋고 사람들도 평온해 보여요. ‘저기서 음악이 나올까.’ 춥고 덥고 맵고 짜게… 저한테 고행을 준 운명이 제 음악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런 역경에 감사해요.” 12월 공연은 7만7000∼9만9000원. 02-3143-5156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대중음악#신중현#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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