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강남發 미각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최고급 수입식료품 열풍, 강남스타일 뉴 트렌드

나트륨과 염소의 화합물인 소금. 짜다고 다 같은 소금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SSG푸드마켓 청담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소금들은 짠맛만 빼고 모양도, 색깔도, 가격도 조금씩 다르다. 위부터 스모킹 바이킹 솔트(225g·2만6500원), 시트론 허브가 들어간 핑크솔트(125g·1만6500원), 다이아몬드 솔트(250g·1만6500원), 로즈메리 허브가 들어간 핑크솔트(125g·1만6500원), 이탈리아산 핑크암염(90g·5만5000원), 태안산 송화염(500g·1만5000원), 신안산 함초소금(150g·4800원).
나트륨과 염소의 화합물인 소금. 짜다고 다 같은 소금이 아니다. 서울 강남구 SSG푸드마켓 청담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소금들은 짠맛만 빼고 모양도, 색깔도, 가격도 조금씩 다르다. 위부터 스모킹 바이킹 솔트(225g·2만6500원), 시트론 허브가 들어간 핑크솔트(125g·1만6500원), 다이아몬드 솔트(250g·1만6500원), 로즈메리 허브가 들어간 핑크솔트(125g·1만6500원), 이탈리아산 핑크암염(90g·5만5000원), 태안산 송화염(500g·1만5000원), 신안산 함초소금(150g·4800원).
푸아그라(거위 간), 캐비아(철갑상어 알)와 함께 프랑스 3대 진미로 꼽히는 트러플(truffle·송로버섯)은 오랫동안 자린고비의 굴비 같은 존재였다. 천장에 매달아 놓고 입맛만 다시는….

‘향기 나는 금덩이’ ‘요정의 사과’ 등 현란한 수식 앞에 범인(凡人)들은 감히 먹지 못했다.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비싸기도 했지만 재배할 수 없고 직접 채취해야 해서 늘 품귀 상태였다. 국내에서는 희소성 때문에 일류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주 A style은 트러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려 한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고메이 494’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인 펙(Peck)의 여름 트러플 버터가 일주일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여름에 재배된 트러플이 8%가 함유됐다는 입소문을 타고서였다. 트러플 버터의 트러플 함유량은 보통 2%를 밑돈다. 함유량이 높으니 값도 비싸다. 한 숟가락 분량밖에 안 되는 1인용 잼 사이즈(30g)가 3만5000원.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지 몰라 반신반의했던 바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처음 시식했을 때 나무 열매 향기가 풍기는 고소한 맛이 입에 감겼다. ‘이런 제품도 있구나’ 신기해서 들여왔는데 반응이 더 신기했다.”(구교혁 바이어)

버터에 이어 펙의 ‘파르미자노 레자노 트러플 크림’(190g·3만9000원)도 동이 났다. 이 백화점은 명절 때 트러플 선물세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지난해 문을 연 미국의 고급 식료품점 ‘딘앤드델루카’에서도 트러플 열풍이 불었다. 지난 추석 연휴를 맞아 소금, 오일, 페스토(pesto)로 구성한 ‘트러플 마니아 세트’(16만 원) 200개가 15일 만에 모두 팔렸다.

트러플은 한 예일 뿐이다.

페스토, 브루스케타(bruschetta), 올리브오일, 비니거(vinegar·식초), 비트뿌리칩, 진저에일, 플뢰르 드 셀(Fleur de Sel) 소금, 그뤼예르 치즈…. 최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강남에서 미(美)가 아닌 미(味)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구 식문화에 익숙해지고 집에서 다양한 외식 요리를 해먹는 홈다이닝 문화가 자리 잡으며 수입 식재료가 더욱 세분화되고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A style은 최근 강남에 문을 연 수입 식료품점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미(味)의 트렌드를 찾아 나섰다.
▼소금만 200가지… 입안 헹구며 독 배출하는 올리브오일

“어떤 소금을 드시겠습니까?”

서울 강남구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소금 편집샵. 벽면을 가득 메운 200여 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강남구 SSG푸드마켓 청담점의 소금 편집샵. 벽면을 가득 메운 200여 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요즘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듣는 질문이다. 천일염, 암염, 코셔(Kosher)소금 등 각종 소금이 부엌으로 들어오더니 이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소금을 종류별로 고르는 시대가 됐다.

7월 문을 연 서울 강남구 SSG푸드마켓 청담점(이하 SSG청담)에서는 200여 가지 소금을 판매하고 있다.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소금은 여기가 식료품 가게인지, 소금 박물관인지 헷갈리게 한다. 맛이 짠 흰색 결정체인 소금.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정제 방법과 용도, 가미된 재료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프랑스 게랑드산 소금의 인기는 여전하다. 특히 ‘소금의 꽃’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플뢰르 드 셀’은 게랑드 염전에서 소금이 가라앉기 전 표면에 떠 있는 입자를 채취한 것이다. 귀할 뿐만 아니라 미네랄이 풍부해 찾는 사람이 많다.

딘앤델루카 강남점에서는 고기를 찍어 먹는 검은색 트러플 소금과 생선을 찍어 먹는 흰색 트러플 소금이 한동안 매진될 정도였다. 미국 딘앤델루카 본사도 이들 소금의 매출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황경선 바이어는 “마늘 소금처럼 다양한 재료가 가미된 소금들을 더 들여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용유 대용쯤으로 생각했던 올리브오일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디톡스 오일 풀링(Detox oil pulling)’에 올리브오일이 쓰이며 매출이 늘어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올리브오일을 입안에서 오물거린 후 뱉는 게 몸 안 독소를 배출해 준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SSG청담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올리브오일을 판매하고 있다. 올리브오일은 와인과 마찬가지로 품종과 빈티지에 따라 세분화된다. 정제 과정과 맛, 향기에 따라 가격 차가 크다. 이 매장에서는 올리브 유명 산지인 지중해 지역에서 온 제품의 반응이 좋다. 와인 하면 특정 국가를 떠올리는 것처럼 올리브오일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등 지중해 지역이 유명하다.

‘오 데 올리바(O De Oliva)’의 오가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500mL·4만4000원)은 이 매장의 베스트셀러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란 올리브를 한 번 압착해 추출한 오일로 향이 진해 조리해서 먹기보다는 그냥 먹는 게 좋다. 이 제품은 스페인 무르시아 지방에서 올리브의 한 품종인 아르베키나를 추출해 만들었다. 김은구 바이어는 “다른 품종에 비해 수율(收率)은 낮지만 그만큼 진하다”고 소개했다. 진한 과일 향과 풀 향기, 매운 뒷맛이 특징이며 생선요리와 샐러드에 잘 어울린다. 어두운 도자기 유리병에 담겨 있어 언뜻 보면 화장품 같다.

딘앤델루카에서 잘 팔리는 올리브오일은 산카를로스(San Carlos)와 풀문(Full Moon) 제품으로 모두 스페인에서 건너왔다. 강하면서 매운 향을 좋아하는 스페인 제품이 한국인의 입맛에 알맞기 때문이다.

비니거(식초)도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오크통에 옮겨 담으며 숙성된 기간에 따라 몇 년산으로 나뉜다. 이탈리아 브랜드 레오나르디(Leonardi)의

12년산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에서 숙성된 제품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파스타소스 새 얼굴 페스토…향에 중독되는 그뤼에르 치즈

Sauce & Spread

붉은색 토마토나 크림, 올리브오일이 주를 이뤘던 파스타 소스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푸르스름한 색감의 페스토는 요즘 뜨는 소스다. 신선한 바질에 마늘, 잣, 치즈, 올리브오일을 혼합해 갈아 만든다. 파스타 소스로 사용하거나 빵이나 비스킷에 찍어 먹는 디핑(dipping)소스로 유용하다. 최근 여러 페스토 제품이 시중에 선보인 가운데 SSG청담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프란토이오비안코의 바질 페스토가, 딘앤델루카에서는 토마토 페스토와 트러플 페스토가 꾸준히 팔린다.

소스 전문 브랜드로는 프랑스의 델루이스 제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가정식으로 손수 제작됐다. 1976년 머스터드를 생산하며 각종 소스를 만들고 있다. 델루이스의 타르타르소스는 생선가스나 튀김에 찍어 먹으면 좋다. SSG청담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요즘 강남 식료품 가게에서 잘나가는 파스타 소스는 이전과 먹는 방식이 다르다. 참치, 앤초비, 마늘, 오일, 칠리 등으로 구성된 펙의 파스타 소스 시리즈는 처음 먹어보면 짜고 진하다고 느낄 수 있다. 원래 짠 게 아니라 먹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 펙의 파스타 소스는 면을 담가 먹는 게 아니라 살짝 무쳐 먹는 느낌으로 요리해야 한다. 삶아서 으깬 토마토가 통째로 담긴 토마토 홀(whole) 제품은 국내서 판매된 지 얼마 안 됐다. 이 제품에 자신의 취향대로 양념을 가미해 소스를 만들면 된다. 집에서 파스타를 요리해 먹는 가정이 늘며 이 같은 중간 식재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토마토 홀은 이탈리아 브랜드인 사클라 제품의 반응이 좋다. 집에서 샐러드와 함께 빵을 곁들여 먹는다면 빵을 찍어 먹는 디핑소스인 브루스게타에 도전해 볼 만하다.

외국 호텔에서 자주 봤던 빨간색 체크무늬 뚜껑의 ‘본마망’ 잼은 여전히 인기 있는 수입 잼이다. SSG청담에서는 웨이트로즈의 3500원짜리 딸기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잼을 판매하는 영국의 ‘더치 오리지널스’와 프랑스의 ‘알랭밀리아’가 국내 식료품 가게 진열대에 등장했다. 더치 오리지널스는 찰스 왕세자가 소유한 유기농 브랜드. 과일 함량이 60%가 넘는 제품(extra)과 과일을 얇게 썬 제품(thin cut), 두껍게 썬 제품(thick cut)으로 세분한 게 특징이다. 알랭밀리아도 과일 함량이 60%가 넘으며 과일의 탱탱한 질감이 병 밖으로 보여 시각을 자극한다.

Chips & Cheese

8월 확장해 문을 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치즈바 ‘라 프로마제리(La Fromagerie)’. 국내에서 가장 많은 치즈 제품 370여 종을 구입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8월 확장해 문을 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치즈바 ‘라 프로마제리(La Fromagerie)’. 국내에서 가장 많은 치즈 제품 370여 종을 구입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배우 고소영 씨가 먹은 과자로 알려졌던 ‘테라칩’ 열풍 이후 몸에 좋은 과자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특히 프랑스 야채스낵 ‘크라우스티서드(CroustiSud)’는 요즘 유럽에서 불고 있는 뿌리야채 과자 열풍을 잇는 제품이다. 이탈리아 구근 채소로 ‘보라색 무’로 불리는 비트, 당근, 고구마 등 각종 뿌리야채를 저온 프라잉 공법으로 튀겨냈다. 이 중에서 비트는 튀기면 단맛이 강해져 가장 반응이 좋다.

통곡물과 과일, 견과류를 튀기지 않고 구운 뮤즐리는 요즘 들어 기름에 튀긴 플레이크보다 많이 찾는 시리얼 제품이다. 국내 업체인 풀무원이 뮤즐리 제품을 출시했고 뮤즐리를 처음 개발한 스위스 박사가 만든 패밀리아(Familia) 제품이 SSG청담에서 판매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치즈는 카망베르가 베스트셀러였다. 말랑말랑한 연성 치즈에 적당히 짭조름한 맛이 한국인의 입에 맞았다. 요즘에는 큼지막한 블록치즈, 구멍이 송송 뚫린 에멘탈 치즈, 스위스산 그뤼에르 치즈가 잘 팔린다. 특히 그뤼에르 치즈는 딱딱한 경성치즈라 식감이 낯설고 구린내가 나지만 긴 숙성 기간에서 우러나오는 강한 풍미가 중독성이 깊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8월 리모델링한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치즈바인 ‘라 프로마제리’에서는 스위스 브랜드 ‘엠미’의 2.5kg짜리 대형 그뤼에르 치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Beverage & Syrup

진저에일의 ‘진저에일’
진저에일의 ‘진저에일’
설탕 대신 메이플시럽을 애용하는 사람이 늘며 메이플시럽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서 인기 있는 수입 메이플시럽 중 하나는 프랑스 프리미엄 시럽 브랜드인 모닌 제품. 최근에는 메이플시럽의 원산지인 미국 북부와 캐나다에서 건너온 다양한 메이플시럽이 속속 판매되고 있다.

딘앤델루카 강남점은 최근 매장 진열대를 미국 시럽 브랜드인 소노마 제품으로 꾸몄다. 메이플시럽에도 식상한 소비자들을 위해 △시솔트 캐러멜 △비터스위트 초콜릿 △바닐라 빈 △민트 △라임 시럽을 선보인 것. 이 중에서 스트로베리 바닐라 브렉퍼스트 시럽은 아이스크림이나 요거트 등 디저트류에 어울려 반응이 좋다. 커피에 넣는 메이플시럽 대용으로는 시솔트 캐러멜 시럽이 잘 팔린다.

페리에를 마시며 살을 뺀다는 탄산수 다이어트 열풍으로 병당 3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워터 시장에 대한 장벽도 낮아졌다. 백화점에 워터바와 워터소믈리에가 등장했으며 각종 수입물의 종류도 세분되고 있다. 마돈나가 즐겨 마시는 ‘보스(VOSS)워터’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프랑스 탄산수 ‘이드록시다즈’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강이 듬뿍 담긴 진저에일과 몸에 좋은 프리미엄 과일주스가 뜨는 음료로 주목받고 있다.

‘진저에일’의 프레시 진저에일은 생강이 씹힐 정도로 진한 맛이 낯설지만 최근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영국 유기농 식품 브랜드인 ‘바이오나오가닉’의 당근주스는 고메이 494에서 일찌감치 품절돼 재(再)입고를 기다리고 있다. 주스에서 흙냄새가 나지만 바로 이 점이 건강한 주스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 이 매장에서는 ‘물 한 방울 섞지 않은 과일주스’를 표방한 호주 음료 브랜드 ‘파운드’의 사과주스도 품절됐다.

휴대할 수 있는 음료 제품의 디자인 또한 매출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코카콜라 작은 병(250mL·2000원)에 장 폴 고티에의 디자인을 입힌 ‘코카콜라 라이트 한정판’은 20, 30대 여성이 많이 찾는다. 코코넛 과육이 씹히는 주스 ‘마이코코’는 배우 하정우 씨의 작품을 패키지에 입혔다. 영국 주스 브랜드인 ‘파이어플라이’는 사진이 프린트된 세련된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천일염-코셔솔트, 염도 낮아 감칠맛…퓨어 올리브오일, 구이-볶음에 좋아

소금-올리브오일 고르는 법

식료품 가게 진열대에 촘촘히 배치된 각종 식재료들,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A style은 신세계백화점 수입식품 담당 김은구 바이어의 도움을 받아 소금과 올리브오일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소금

소금을 고를 때는 용도를 따져야 한다. 한 종류의 소금만 쓰는 것보다 요리용 테이블솔트용 베이킹용으로 구별해 사용하면 음식의 맛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일반적인 요리용이라면 천일염과 코셔솔트를 추천한다. 천일염은 해수를 자연적으로 증발시켜 채취한 소금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 납작한 파편 모양의 정제염인 코셔솔트는 일반 정제염에 비해 비싸지만 품질이 우수하다. 두 소금 모두 염도가 낮아 음식에 감칠맛을 주기 좋다.

테이블솔트로는 천일염이나 암염이 좋다. 암염은 지각변동에 따라 광물이 굳는 현상으로 생기는 소금. 식용으로 히말라야 암염이 유명하다. 불순물과 쓴맛이 적고 끝에 단맛이 돈다. 색깔이 고와 테이블솔트로 많이 사용된다. 수동으로 원두를 가는 기계인 핸드밀에 넣고 갈아서 후추를 첨가하면 음식의 간을 맞추기 좋다.

베이킹용으로는 꽃소금이나 고운 천일염을 권할 만하다. 굵은 천일염이면 곱게 갈아 써도 된다. 입자가 작을수록 간을 쉽게 맞출 수 있고 밀가루와 섞기 쉽다.

올리브 오일

정제 과정과 맛, 향기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올리브를 한 번 압착해 추출한 오일 중 신맛을 측정하는 산도(酸度)가 1% 이하인 오일이다. 향이 진해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빵에 찍어 먹거나 샐러드드레싱을 만들기에 적당하다.

버진 올리브오일은 엑스트라버진과 정제 과정이 비슷하나 품종에 따라 산도가 1∼1.5%인 것을 말한다. 맛과 향이 엑스트라버진보다 약하다. 다량 생산되는 퓨어 올리브오일은 가열점이 높아 구이나 볶음요리에 적당하다. 향이 진하지 않아 여러 요리에 잘 어울리며 빵을 만들 때 적당량을 넣으면 반죽하기 부드럽다.

올리브 품종에 따라서도 가격이나 품질이 달라진다. 아르베키나(Arbequina)는 스페인의 대표 품종. 크기가 작아 추출되는 오일 양이 적다. 그만큼 귀해 가격이 비싸다. 매운맛 떫은맛이 다른 품종에 비해 덜하다. 프란토이오(Frantoio)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대표 품종으로 과일 향이 강하다. 코라티나(Coratina)는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에서 생산되며 과일 향과 매운 향이 동시에 난다.

올리브오일은 공기나 빛에 노출되면 산화가 쉽게 돼 검은색이나 짙은 색 병에 담긴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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