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진정한 지구 지킴이, 사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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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위대한 생존자들/리처드 포티 지음·이한음 옮김/392쪽·2만 원·까치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
피오트르 나스크레츠키 지음·지여울 옮김/420쪽·5만 원·글항아리

1)호주 서부해안의 샤크 만에서 자라는 베개 모양의 미생물 군집 스트로마톨라이트.
35억 년 전부터 광합성으로 산소를 방출해 왔으니 초기 지구의 모습도 이와 비슷
했으리라. 까치 제공 2)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브 사막에서는 부시먼이 나뭇가지로 화살통을 만들어 쓰던 퀴버나무(코커붐나무)를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그 개체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3)해마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펼쳐지는 투구게의 산란 모습. 현생 투구게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약 4억5000만 년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성한 의식이다. 글항아리 제공
1)호주 서부해안의 샤크 만에서 자라는 베개 모양의 미생물 군집 스트로마톨라이트. 35억 년 전부터 광합성으로 산소를 방출해 왔으니 초기 지구의 모습도 이와 비슷 했으리라. 까치 제공 2)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브 사막에서는 부시먼이 나뭇가지로 화살통을 만들어 쓰던 퀴버나무(코커붐나무)를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그 개체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글항아리 제공 3)해마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펼쳐지는 투구게의 산란 모습. 현생 투구게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약 4억5000만 년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신성한 의식이다. 글항아리 제공
매년 5, 6월 밤이면 미국 동부 델라웨어 만에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을 장관이 펼쳐진다. 수백만 마리의 투구게들이 번식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서양의 수중 모랫바닥을 떠나 썰물을 거슬러 해안가로 부산스럽게 기어 올라온다. 그리고 암컷 투구게 뒤로 암컷이 낳으려는 알을 수정시키기 위해 수컷이 안간힘을 쓰며 달라붙는다. 투구게가 약 4억5000만 년 전인 오르도비스기부터 존재해 왔음을 감안하면 머나먼 옛날의 정보를 몸에 담고 있는 이 생존자들의 연례행사는 한층 더 특별해 보인다. “수십 km의 해안선을 따라 벌어지는 난교 파티”(리처드 포티)이자 “우주를 창조한 힘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예배당”(피오트르 나스크레츠키)인 셈이다. 투구게들이 묵묵히 산란의 광경을 연출하는 사이에 공룡이 지구상에 출현했고 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숱한 멸종의 위기를 이겨내고 아득한 시간의 항해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에 대해 쓴 책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저자들이 고대의 흔적을 간직한 생물을 찾아 외딴 서식지를 탐험하고 쓴 책이라는 점에서 꼭 닮았다. 그들은 이 탐험을 ‘시간여행’이라고 부른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선임연구원을 지낸 포티의 책 ‘위대한 생존자들’이 세밀한 관찰과 묘사, 정보 제공에 치중했다면 하버드대 비교동물학박물관 전임연구원인 나스크레츠키의 책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은 고화질 컬러 도판 위주로 해설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집에 가깝다.

포티는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투구게와 스트로마톨라이트, 발톱벌레 등 오래도록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삶의 현장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호주 서부해안의 샤크 만에는 모래 위로 베개처럼 생긴 수많은 돌덩이가 펼쳐져 있다. 미생물이 오랜 세월 층층이 쌓여 둔덕을 이룬 스트로마톨라이트다.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불리는 스트로마톨라이트는 35억 년 전부터 산소를 방출함으로써 지구의 수많은 종들이 생명을 유지하도록 도왔다.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뜨거운 간헐천은 살아있는 생물을 집어삼킬 듯 공포스럽지만 여기에도 극한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포티는 가운데가 파랗고 초록과 노랑, 주황색 테두리에 싸여 있는 이 간헐천을 가리켜 “세균들로 이루어진 형형색색의 팔레트”라고 말한다. 가장 원시적인 생물인 호산성(好酸性) 호열성(好熱性) 세균들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색색의 얼룩을 남긴 것이다.

‘위대한 생존자들’은 진지하고 꼼꼼한 묘사가 돋보이지만, 이 생존자들이 멸종을 피해 살아남은 까닭을 그리 명쾌하게 설명하진 못한다. 현장 사진도 적어 생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으면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곤충학자이자 사진작가인 나스크레츠키는 바퀴벌레, 거미, 여치 등 곤충을 포함해 한층 다양한 생물종을 다뤘다. 바퀴벌레 다리에 난 털이 낱낱이 보이고, 개구리가 품고 있는 투명한 알 속의 새끼 개구리까지 생생히 비칠 정도로 공들여 찍은 사진들에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이 생존자들이 언제까지 지구상에서 살아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책의 저자들은 발로 뛰며 체험한 ‘시간여행’의 끝에서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오만에 경종을 울린다. “어떤 과학자들은 20분마다 동식물의 한 종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2010년에만 2만6000여 종이 사라졌고 100년 뒤에는 현존하는 생물종의 절반이 사라질 예정이다.”(나스크레츠키) “오래된 존재를 필사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10년 뒤에는 내가 했던 것과 같은 여행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멸종 사건은 멸종의 책임이 한 종(인간)에게 있는 역사상 유일한 사례다.”(포티)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 향기#자연과학#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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